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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pr 19.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 prologue

40대 남성의 15일 단식 체험기

저는 마흔한 살입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 소재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2년 전쯤 역류성 식도염이 시작되었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올라오는 위액 때문에 지난 2년간 편히 잘 수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 생긴다는 역류성 식도염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좀 증상이 심한 편입니다. 그나마 기능성 베개를 사용해서 반쯤 앉아서 자기 때문에 역류는 덜하지만, 불편한 자세는 숙면을 방해하고 기침 때문에 새벽마다 깨는 바람에 피로가 잔뜩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병을 고쳐보고자 한의원, 일반 병원 가릴 것 없이 다녀보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 기능이 상실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를 원상 복구하는 치료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 포기하려던 차에 3년 전 친누나가 단식을 하고 몸이 좋아졌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누나가 역류성 식도염 치료를 위해 단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식 덕분에 다른 병환이 치료되었고 더불어 소화기능도 좋아졌었습니다. 효능을 체험한 누나는 마치 사이비 종교의 신도처럼 앞장서서 단식 전도에 힘썼고, 옆에서 지켜본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친척들, 심지어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단식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저에게도 당연히 단식을 권했지만, 식탐이 많은 저로써는 처음부터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민간요법은 무속신앙과 같다며 애써 부인하고 거절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일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즈음, 곰곰이 위장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양약이든 한약이든 치료를 하려고 해도 삼시세끼 음식이 계속 들어오니 환부가 나을 시간이 없겠다 싶은 겁니다. 

 

다른 장기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위장은 태어나서 40년간 단 하루도 쉬어본 적 없습니다. 

맵고 짜고 뜨겁고 차갑고 시고 쓰고 기름진 온갖 음식과 독한 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음료들..

위장은 그런 모든 식음료를 그저 묵묵히 소화시켜 냈습니다. 


기계를 쓰면 쓸수록 소모되어 가듯, 사람의 몸도 시간이 갈수록 소모되어 결국 고장 나게 되어 있습니다. 

절대로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여 더 좋아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15일간의 단식, 그리고 이후 부드러운 보식을 먹는 15일 기간까지 총 30일간의 기간을 통해, 위장이 쉬면서 회복하고 치유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글의 제목은 유홍준 작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오마주 하여 나의 마흔한 살 단식기로 지어보았습니다. 

매일매일 내 몸의 변화와 순간순간의 단상들을 모아 일지와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단식을 통해 소화불량, 식도가 타 들어가는 느낌, 매스꺼운 느낌, 더부룩한 느낌이 사라지길 희망합니다.

위장이 회복되어서 위와 식도사이의 괄약근도 다시 조여지길 희망합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내 몸의 문제들도 같이 치료되길 희망합니다.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내 마음의 문제들도 해결되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15일간 단식 일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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