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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pr 20.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2

2일 차  내 몸 설명서

2일 차 

몸무게 72.8 kg, 체지방율 19.8%


새벽 두 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고 거친 폭풍과 몰려오는 쓰나미를 온몸으로 견뎌냈다. 

와이프가 옆에서 자는데 내 배에서 2분에 한 번씩 천둥소리가 났다고 했다. 걱정스러워서 깨우고 싶었지만 내가 세상모르고 잘 자길래 괜찮겠지 했단다. 혹시나 침대에 설사를 지리기라도 하면 평생 놀려먹을 건수가 생길까 기대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단식 2-3일 차가 가장 힘들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보통 금요일에 단식을 시작해서 주말 중에 힘든 시기를 넘긴다. 


내 체형에 대해서 잠시 말하자면..

키 178cm에 몸무게 74kg, 숫자상으로는 적당히 fit 한 몸으로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팔다리가 얇고 어깨가 좁으며 아랫배가 나온 체형이다. 그래서 아랫배가 없다면 67kg 이하 정도가 적당한 몸이다. 다시 말해 몸무게의 많은 부분이 아랫배, 그러니까 내장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엉망이네"

ET 같이 배만 불뚝 나온 내 모습을 보면서, 와이프는 단 한마디로 나에게 굴욕감을 선사하곤 한다.  


처음부터 내 몸이 이렇지는 않았다. 

호주에서 와이프를 만났고 그때 인생 최저 몸무게인 64kg을 찍었었다. 그때 우리는 사랑에 빠졌고 결혼할 당시만 해도 68kg 정도에 탄탄한 몸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몸무게는 80kg까지 불었고 그 후에 운동 없이 근육만 빠지니 배만 불뚝 나온 것이다. 그러니 와이프의 한숨과 걱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재니 하루새 1.4kg이 빠졌다.  

아마도 폭풍이 지나간 뒤로 수분이 많이 빠지고 숙변도 제거되어서 그런 듯싶다. 

먼저 경험한 누나들도 단식을 마치고 기본 6-7kg은 줄었다고 했다(누나들도 하나같이 마른 체형이다 보니 6-7kg은 상당한 무게가 아닐 수 없다). 내 몸에서 6-7kg이 빠지면 67-68kg가 될 텐데, 그러면 신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위장병 치료이지만, 둘째는 아랫배 내장지방 제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장 지방을 태워야 하니 유산소 운동 병행이 필수라고 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태풍이 몰아치기 때문에 혹시나 운동 중에 험한 꼴을 당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그래.. 둘째 날까진 힘드니 셋째 날부터 걷기 운동을 해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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