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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기행] 이딴 데가... 수도?

서울 촌놈이 본 바르샤바의 첫 소감

by 흑투리

필자 본인은 일본 두 번 외에는 해외에 가 본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처음 며칠간은 내가 서 있는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했다. 전혀 다른 언어, 전혀 다른 건물. 전부 다 투리 본인한테는 볼거리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본인이 느꼈던 의구심이 하나 있었다. 생각보다 도시가 삐까번쩍 웅장하지 않은 것. 사실 바르샤바 쇼팽 공항으로 입국 직전부터 느꼈던 건데, 건물들이 하나같이 높지 않았다. 잠시 경유로 지나갔던 두바이보다 소박한 느낌이랄까? 여기에서 본인이 가졌던 편견을 하나 깨달았다. 나는 수도라면 무조건 크고 웅장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거구나. 사실 크면 어떻고 크지 않으면 어떤가? 그 가치와 볼거리가 충분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폴란드 구시가지. 이 곳은 바르샤바의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핵심적인 동네이다.


실제로 기숙사에 도착한 다음 날 학교에서 주관하는 바르샤바 투어를 가볍게 했었는데, 그때 확실히 느꼈다. 이 도시는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이쁘다. 물론 고층건물이 아주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화과학궁전은 나름 규모와 높이가 있는 편이다. 그 주변에도 꽤나 큰 건물들이 많다. 내 말은 잠실 같은 큰 동네에 비하면 아기자기하다는 말이다. 기억하기로는 가이드 친구가 바르샤바에는 고층건물이 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마 유럽 대륙이 전체적으로 건물이 조금 낮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문화과학궁전에서 찍은 학교단체사진. 문화과학궁전 글을 쓸 때 상세히 언급할텐데, 사실 현지인들은 저 건물을 그리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직 바르샤바밖에 본 도시가 없다 보니, 아마 지금 한 말에도 다소 편견이 있을 수 있다. 만일 내 말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정정해 줘도 좋다. 다만 나는 내 솔직한 감상만을 전할 뿐이다. 바르샤바. 조금은 소박한, 하지만 아름다운 수도.




투리 본인이 '폴란드 기행'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사실 '바르샤바'에 관한 내용들이 이 책의 7할 이상 차지할 것 같다. 애초에 학교가 바르샤바에 있을뿐더러, 그에 따라 대부분의 시간을 바르샤바에 보내게 될 테니. 그래서 요즘에는 '폴란드 기행'이 아니라 '바르샤바 기행'이라고 바꾸고 싶다. 하지만 그만큼 폴란드 설명에 있어서 바르샤바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서 내가 바르샤바를 선택한 것은 글 쓰는 관점에서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듣기로는 본인의 학교에서는 폴란드의 포즈난 쪽 파견학교가 인기가 더 높았다고 하던데, 솔직히 신기하다. 포즈난이 수도보다 볼거리가 많은가...?



문화과학궁전 주변 건물들. 투리가 바르샤바에 본 곳들 중 여기가 제일 건물들이 높다


물론 뒤에 포즈난에 관한 글들도 당연히 연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바르샤바에 말뚝을 박은 이상, 내용이 바르샤바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그 점은 독자에게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수도의 이야기는 곧 폴란드에 있어서도 핵심이 되는 이야기니까. 실제로 바르샤바는 현대사에 있어서도 꽤나 아픔이 많은 동네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폴란드의 역사 자체가 아픔이 많다고 해야 할까.



구시가지의 거리들.


폴란드의 역사를 보면 정말로 긴 수난의 시기를 거쳤다는 걸 알 수 있다. 123년 동안 나라를 잃었다는 걸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우리만 하더라도 약 35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생각하면 치를 떠는데, 아마 감이 안 올 것이다. 그런데 그걸 폴란드가 겪었었다. 폴란드는 18세기말부터 프러시아(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분리 합병이 되었었다. 그 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서야 겨우 독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립하기가 무섭게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구시가지 얘기를 할 때 2차 세계대전은 빼먹을 수 없는 주제이다. 왜냐하면 독일에 의해 그 부근이 크게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위의 시가지들도 상당수가 폐허가 되었는데, 오로지 폴란드 국민들의 의지로 저렇게 복원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이 아름다운 곳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바르샤바 투어의 종착지. 이 곳은 무명용사의 묘로, 일정한 시간마다 의장병들이 사열을 하며 폴란드를 위해 싸운 이름 없는 군인들을 기린다고 한다.




폴란드 대통령궁.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청와대 느낌이랄까...?


바르샤바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와 쇼팽 박물관도 그렇고, 전후 재건된 상당수의 건물들, 쇼팽의 심장이 묻힌 교회, 대통령궁까지, 정말 이 정도라면 한 나라에 있어서 상징성이 큰 나라라 불릴 만하지 않을까?


대통령궁 양 옆의 호텔들. 가이드 말로는 오른쪽이 더 연예인들한테 인기가 많았다고 ㅋㅋ 이름 들으면 알 유명인들은 대부분 오른쪽을 선택했단다



바르샤바 중심부의 다른 건물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느 정도 폴란드와 바르샤바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은 한 것 같다. 그러면 바르샤바의 행정구역에 관한 설명만 하고 마치도록 하자. 바르샤바는 폴란드에서 영토로 최대도시, 인구로 최대도시이며(가이드 말로는 인구가 두 번째로 크다고 하던데, 아무려면 어떤가. 어쨌든 큰 건 맞지 않은가), 마조비에츠키에 주에 소속되어 있다. 버스 노선, 공항 등 교통수단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서울특별시와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바르샤바의 비스와 강. 비스와 강은 폴란드에서 가장 큰 강이다.


서울이 강남구, 중구, 강서구 등으로 나뉘듯, 바르샤바는 총 18 구로 나뉜다. 그중 투리가 속한 곳은 우르시누프(Ursynów)인데, 여기는 어떻냐고? 다른 곳들에 비해 상당히 녹음이 짙은 교외 지역이다. 한마디로 심심한 도시라는 뜻... 그래도 투리의 파견학교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 날은 간단히 하루 정도 둘러보고 끝났지만, 아마 남은 14주가량의 시간에 한 군데 한 군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하지만 맛보기로 한 번 주변을 살펴볼 겸, 바르샤바의 첫인상을 미리 알고 싶어서 투어를 한 번 신청해 보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얼마나 많은 곳을 보게 될지 참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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