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생의 수면제 복용기 1

약을 먹기로 한 이유

by 슈재

심한 걱정, 우울, 불안을 가지고 사는 분들은 살면서 어떤 증상이 가장 힘드신가요?

주변에 저랑 비슷한 질환을 겪은 사람을 못 만나봐서 그런지 저는 가끔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게 가장 힘들까,

나랑 비슷한 감정과 고충을 겪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오늘은 가장 힘든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불면증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잠들기가 어려운 경우(입면 장애), 도중에 자꾸 깨는 것 (수면 유지 장애), 너무 일찍 잠에서 깨는 것(조기 각성)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우울의 일지 1을 통해서 제가 겪고 있는 수면 장애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올해 초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꽤나 오래 힘들었습니다.


저는 불면증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새벽 4~5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깨기 시작합니다.

그냥 다시 잠에 들면 되지 않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때 깨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푹 자다가 슬며시 깨는 게 아니라, 수면 모드에 들어간 제 의식을 누가 강제로 끌어올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정말 의식만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는데 그 기분이 무척 불쾌하고, 몸은 아직 움직이지 못합니다.


다시 잠들려고 해도 이때는 '잠들다'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면과 의식 사이 어딘가에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위눌림으로 이어지는 때도 많은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하고 상상도 못 할 공포스러운 것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데, 몸을 움직이려고 온 힘을 다해 낑낑대는데 저린 발로 걷는 것만큼 아픈 느낌?

신기하게도 이렇게 다시 잠들면 항상 악몽을 꿔서 누가 수면 깊이와 꿈 내용에 대한 연구를 좀 진행해줬으면 할 지경입니다.

악몽의 내용은 다채로운데, 저는 잔인한 영화를 정말 즐기지 않고 보지도 않는데 꿈에서 인체를 도륙 내는 전기톱 같은 게 나오곤 합니다.

모든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서 끙끙 소리만 나오더라고요.


하여튼 이 과정을 아침에 3~4번 반복하고 나서 간신히 몸을 움직이고 일어날 수 있게 되면 아침부터 정말 눈물이 납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불면증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한동안 괜찮았는데 올해는 한 2월부터 이런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이러다 정신 나가겠다 싶었습니다. (이미 좀 나가있지만요)


절실하게 푹 자고 싶어 져서 다음 같은 방법들을 시도해 보곤 했습니다.


1. 술 마시기

이건 추천드리는 방법은 물론 아닙니다,,, ㅎㅎ

하지만 심적으로도 힘들고, 푹 자기가 어렵다 보니까 자꾸 술을 찾게 되더라고요. ㅜㅜ


2. 피곤해지기

요즘도 노력 중인 방법인데, 일단 절대 낮잠을 자지 않습니다.

증상이 가장 심했던 3~4월에는 한 7시쯤부터 일단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면 바로 침대를 박차고 나와서 러닝을 나갔습니다.



3~40분 정도 뛰고 돌아와서 저녁에는 추가로 PT 1시간, 12시 이후에는 무조건 디카페인 커

하루에 좋은 수면이 4시간도 안 나오는 상태,, 오늘은 진짜 꿀잠이겠지? 하고 누웠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이정도면 할 수 있는 노력은 많이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잘 못 자고, 몸은 몸대로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더 힘들게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4월부터는 제 노력만으로는 '잘' 잘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강하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면을 위한 약을 좀 처방 받았고,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수면제에 대해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먹다보면 내성이 생기지는 않을까

-의존성이 생기지는 않을까

-인지력이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등등에 대해 우려하실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약대생의 전공을 살려 수면제의 종류, 처방받는 방법, 제가 느낀 수면제 복용의 장 / 단점과, 걱정하시는 부분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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