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의 장단점
앞선 글에 이어 오늘은 간단하게 수면제의 종류, 장단점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적어보겠습니다.
불면증은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해서, 수면제도 그에 따라 달라집니다.
증상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입면 장애, 수면 유지 장애, 조기 각성으로 나뉜다고 저번 글에서 소개드렸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면 장애로 인해서 병원을 가신다면, 어떤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는지 먼저 분석해보는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벌써 배운지 1년이 넘었지만은, 기억을 더듬어 수면제를 기전에 따라 나눠보겠습니다.
1) 항히스타민제 - diphenhydramine, doxylamine등
이는 약국에서 파는 코감기 약에 포함되어 수면을 유도하는 성분입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지만, 반복 사용 시 내성이 나타날 수 있고, 어린 아이들은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2) Tricyclic Antidepressants (TCAs) - Trazodone, amitriptyline, mirtazapine
이 약들은 항우울제이지만 수면 효과가 있어서 우울증과 불면증이 동반된 환자에게 좋은 약물입니다.
3) 벤조디아제핀계(BZD) - midazolam, rorazepam, diazepam
이 약물은 우리 뇌의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중추신경을 전체적으로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기전을 가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제 성분이며, 강력하고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BZD 안에서도 작용 시간 (지속 시간)에 따라서 구분됩니다.
단기지속형 (Short-acting) : 빠르게 작용하지만 지속시간 짧음(triazolam, midazolam) -> 입면 장애 주로 사용
중간지속형 (Intermediate) : 잠들기 + 유지 모두 일정 효과(Lorazepam, alprazolam)->입면 + 수면 유지 장애에 주로 사용
장기지속형 (Long-acting) : 불안 완화 효과 + 졸림 지속(diazepam, clonazepam) -> 조기 각성, 야간 불안에 사용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크다고 알려진 약물인데요, withdrawal 증상(약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rebound 불면증), 내성 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비-벤조디아제핀계 - Zolpidem, Zaleplon
이 약물들은 GABA 수용체 서브타입 (α1)에 선택적으로 작용해서 부작용이 덜 한 약물입니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서 입면을 빠르게 도와주고, 잔여 졸림이 적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수면을 유지하는 효과는 적습니다.
2. 제가 먹고 있는 약
제가 수면을 위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은
로라반정 Lorazepam: intermediate acting BZD 약물
카세핀정 Queitapine: 2세대 anti-psychotic 약물
(불면증에 1차 치료제로 쓰는 약은 아니지만 저용량에서 수면 보조제로도 사용됩니다.)
원할 때 잠들 수 있다는 것, 저는 정말 강력한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기분 조절이나 집중이 어려워 그 날 하루 생산적인 일을 더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잘 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또 잠들기 위해 뒤척이는 시간이 스트레스인 분들이 많으실텐데 그런 시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졸려지는 느낌이 엄청 강해서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글을 읽으려도 눈이 감깁니다.
저의 경우 이것 또한 엄청난 장점이었는데요. 그동안 새벽에 깰 때마다 극심한 악몽으로 고통받았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약을 먹고 잠들면 깰 때 꿈의 내용이 매우 희미하거나 꿈을 꾸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이건 체감하지 못했다가 약을 먹지 않고 잠든 날 악몽을 심하게 꾸는 바람에 요 며칠 편했구나 느꼈습니다.
3) 전보다 잠에 드는 시간이 늘었음.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은 깨지 않습니다.
1) 용량 조절의 문제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너무 적으면, 당연하지만 겪고 있는 수면 증상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너무 과하면, 일상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과제나 일을 하다가 늦게 자고 일찍 나가야 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에는 복용하지 못합니다.
저는 불면증 뿐이 아니라 기분 조절을 위해서도 처방이 나왔기 때문에 그냥 거르지 않고 새벽에 먹었다가 오전 수업을 못 가는 바람에
다음부터는 늦게 자는 날에는 못 일어날까봐 안 먹게 되더라고요.
즉 날마다 수면량을 일정하게 하기 어려우니까 용량을 그에 맞추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결법은,
예를 들어 로라제팜 1mg을 먹어야한다면
0.5mg은 취침전, 0.5mg은 필요시로 처방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찍 나가야하는 날에는 반씩 먹다가 주말 같이 푹 잘 수 있는 날에는 다 드시면 됩니다.
저도 일단은 그렇게 나눠먹고 있고, 이는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시면 알아서 잘 나눠주실 겁니다.
저도 약을 먹기 시작할 때는 약에 의존하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한 이후로는 아, 너무 유용한데 왜 진작 먹지 않았지? 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면제의 부작용은 주로 고용량을, 장기로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부터 걱정하실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무너진 수면 리듬을 회복하고,
그로 인해 일상 시간 동안의 컨디션, 기분, 에너지 그리고 불안이나 우울감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게 더 큰 Benefit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증상과 원인이 상이하기 때문에 먼저 본인이 수면 장애에 대한 병력을 정리하는게 유용합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증상이 나타나는지
-이로 인해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잠자는 환경과 습관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 미리 답을 생각해서 가면 좋습니다.
저는 이번이 첫 복용도 아니고,
돌이켜 봤을 때 불면 외의 우울, 불안의 증상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복용을 중단하게 됐었습니다.
일단은 사람이 잠을 좀 자고 봐야하지 않습니까.
혹시 저와 비슷한 증상이나 다른 수면 장애로 고민중이라면 정신과 한번 방문하셔서 상담 받아보는 것 정말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열이 났을 때 진통제를 먹듯, 잠을 자는 것도 생리적인 현상인 만큼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잘 자고 싶고, 푹 쉬고 싶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