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

by avivaya



페테르 파울 루벤스, <목동들의 숭배>, 1609년경


"전에 고통받던 자들에게는 흑암이 없으리로다.

옛적에는 여호와께서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이 멸시를 당하게 하셨더니

후에는 해변길과 요단 저쪽 이방의 갈릴리를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주하던 자에게

빛이 비치도다." (사 9:1-2)



모두에게 예수가 공개되었던 순간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 준비해 왔던 구세주의 존재가 천하에 드러난 날이었다.

2000년 전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서로 다른 곳에서부터 모여들었다. 그들은 예수의 탄생을 자신의 일처럼 축하했고 마리아를 위한 조촐한 파티를 열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치 천사들이 준비해 놓은 듯이 고요한 밤에. 사람들은 서로를 보고 느끼면서 충분한 위안과 축복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매일이 고단하고 일상이 지겹고 노동에 지쳤던 그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은 가장 간절한 희망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예수 또한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비록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이 침몰하는 배와 같다 해도 말이다.

인간 예수는 스스로 뜻한 바를 마음에 새겼다. 사람들은 그의 당당함에 위로와 용기를 얻었고 있는 힘껏 지지했다. 그의 삶은 침착했고 단호했고 선명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삶을 잘 알지만 아쉽게도 그를 믿지 않는다. 도리어 그의 불가항력적 존재감이 촌스럽다 생각한다. 나는 그의 기적과 업적이 흥미롭지만 식상하다. 비인격적인 마술 같기 때문이다. 몇몇 위인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탄생이 반갑다. 그는 불신자인 나에게 한결 같이 진실하다. 차별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삶의 주인공으로 데뷔하는 데 힘써 주었다. 나 혼자로는 어려웠을 것이다. 감사하다 그의 있었음이 그리고 의리를 지켜준 것이.

한 때 나도 신을 믿었었더랬다. 그것도 열렬히 맹종하며 살았다. 그래서 나는 신의 선택을 기대했다. 언제나 항상 늘 빈틈없이 말이다. 신은 나를 부흥시켜 놓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내 삶이 이렇게 평범할 리 없다 여겼다. 그리고 나에게는 거창한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신이 맡긴 일을 해야 할 사명감도 융성했었다. 심지어 신이 부여한 능력까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게다가 나는 신과 소통이 가능한 친한 사이였다. 그렇지만 나는 신에게 불만이 쌓여갔다. 점점 불신으로 번졌고 마침내 신과 이별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나는 트라우마 환자처럼 지냈다.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다. 아파 쓰러진 나를 일으켜 준 사람은 예수였다. 나는 인생 선배처럼 인간 예수를 생각한다. 그는 신이 주지 못했던 자유와 용기 그리고 용서의 감정을 내게서 발견해 주었다. 내가 풀어내지 못했던 숙제들을 해결한 셈이다. 그 덕에 많은 차꼬들을 풀 수 있었고 자유를 누린다. 그리고 나는 신이 아닌 그와 여전히 친애하며 지낸다. 오늘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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