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두 소녀>, 1891년
<불행과 행복>
불행 앞에서 나는 승산이 없다.
불행이 죽어가기를 원했다.
불행이 불행해지기를 원했다.
불행이 원하는 곳에 삶은 존재한다.
불행이 원하는 곳에 내가 살아간다.
나는 행복을 원한다고 말한다.
행복을
매일 찾아 나선다.
나를 지켜보고 있을 행복을.
제발 포기하지 마라.
제발 실망하지 마라.
행복은 이미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자매가 한 명 있다. 내 눈에는 아픈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벌 받고 있는 아이처럼 살아온 그녀. 그 작았던 아이는 어느덧 큰 사람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포기하며 살아왔다. 그것으로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얻고 자신감을 충전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여의치 않았다.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고 기회는 지금까지 캄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복되는 상처와 거친 슬픔을 밥 먹듯이 겪어야 했다. 지금도 고단한 인생 여정의 한가운데 있다. 그런 그녀가 나는 애달다. 짠하고 미안하다.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옮겨야 할 큰 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삶을 부서트렸을 것이다. 부서진 조각들이 그녀와 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찌감치 포기한 것 같다. 교양 있는 인생에 다가가는 것을. 그리고 쾌적한 삶을 위한 꿈과 희망을 말이다.
한 때 나는 그녀의 절대적 보호자였었다. 한참이나 어린아이였던 그녀를 보살피지 않았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다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불평과 불만으로 그녀 삶을 공격했다. 내가 쏜 화살은 쉼 없이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피를 쏟으며 단말마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있는 힘껏 밀어냈다. 나를 위한 희생을 그녀에게 강요했던 것 같다. 내 삶이 불행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나를 대신했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짐들을 지고 살아야만 했다. 그녀는 고단한 삶의 무게에 넘어지고 뒤뚱거렸다. 나는 알은체 하지 않았다. 도리어 모질고 아픈 말로 채찍질했다. 그녀는 부당한 삶을 고스란히 삼켜 버렸다. 나는 안타까웠지만 침묵했다. 나는 양심이 아팠지만 나를 더 연민했다. 나는 그녀를 뜨겁고 무시무시한 삶 속으로 밀어 넣고 한쪽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던 셈이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나는 그녀에게 용서해 달라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싶다. 나에게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처절하게 반성한다. 교묘한 술수로 침입하고 억압했던 행위들을. 비겁했던 속임수들을. 그리고 나는 새 사람으로 그녀 곁에 머물 것이다.
같은 병을 앓고 서로 가여워하며 공감하는 내가 되어 볼 참이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