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을 위해!>

by avivaya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경


뒷모습을 가꾼다.

무감각과 무소유로 정복당한

나의 뒷배경을 사랑하기로 한다.

끊임없이 쏟아졌을 뒷 말들,

반박할 수 없었던 초라한 불의와

거부할 수 없었던 조롱과 모욕들,

투명하고 순수한 꾐과 속임수들,

외면당한 자존감,

지킬 수 없었던 희망,

무감각하기만 한 정신력,

백지같이 무지한 영혼,

완벽한 가난,

허물어진 가족 역사

나는 종이 인형처럼 살아남았다.


얼굴 없는 나의 뒷모습

남아도는 나의 나날을

울지 말고 웃어 보자.


가끔 삶이 막막해져 두려움이 파도처럼 몰아치는 한가운데 서게 될 때가 있었다.

장래 내 인생은 보잘것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아서 참 서글펐었다.

나와 상관없이 삶은 흘러간다. 나의 슬픔 따위는 세상에서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문제는 해결되거나 소멸된다.

집착과 욕심을 버린 삶. 유연하고 유용한 삶. 책임지는 삶. 나는 매일 안개 바다가 보이는 바위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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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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