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이 나의 작품이 된다!>

by avivaya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1852


<우리의 만남>

생각을 흘려버리지 못하고 정지하였을 때,

머물고 있던 기억들은 되살아난다.

파손된 물건들을 처분하지 못하고

끌리고 들리며

마음의 공간마다

조각 난 삶들이 자리를 잡는다.

기억은 조각배를 타고 다니며

아픔과 불안,

누추함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

이기심과 좌절로

죽어가는 나를 만나게 한다.


그러나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잠시 컴컴한 밤의 길을 만나 것뿐이리라.

홀로 걷기 무서워

떨리는 목소리로 주문을 흥얼거린다.

제발 나를 놓아줘라.

질곡의 인생아!

나는 네 손이 따갑기만 하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품고 의지했던 것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만 같았고 내 길이라고 확신했던 삶의 방향에 제동이 걸렸다. 나는 후회와 미련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를 지탱해 줄 만한 것을 찾지 못한 채 힘겨운 내적 투병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죽은 삶과 같았다. 작동하지 않는 두뇌와 의욕 잃은 태도와 벅찬 현실이 나에게는 재앙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허둥대기만 했었다. 정리와 회복이 무척이나 간절했지만 수습과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었다. 나는 나의 문제와 독대해 본 적이 없었다. 홀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서기 위한 분석과 선택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속수무책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결정을 미뤘고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위가 적막했다. 걱정과 공포만이 쌓여 가고 있었다. 나는 이 세상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매일 고민했다. 죽을까? 에 대한 유혹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유혹의 시간이 내가 죽음의 문을 닫고 삶의 입구로 뒤돌아 설 수 있었던 대전환점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만만하게 여겼던 삶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오만했던 태도를 반성하도록 경고했다. 심사숙고하지 않는 습관을 드러냈다. 게으르고 나태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잘못을 반성한다.

결국 나는 삶의 성장을 통제했다. 나의 삶이 타인에 의해서만 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당연히 나는 나의 삶과 한 마음이 될 수 없었다. 나는 나의 삶과 끊임없이 다투고 충돌했던 것 같다. 그것은 나를 훼손하는 것과 같았다.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다시 살려 놓아야 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았고 삶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삶과 한 뜻을 품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내가 나의 작품이 되는 순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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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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