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버림받고 싶어!>

-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by avivaya

오늘 아침 일은 미안했어 엄마.

굳이 큰 소리를 치며 화를 낼 일은 아니었는데 내가 경솔했던 것 같아. 내가 요즘 사춘기 때처럼 도통 마음이 안 잡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

그래도 내가 너무했어. 눈을 흘기고 차갑게 돌아 선 나를 보면서 엄마도 억울하고 서운하고 아팠을 거야. 내 성질 난 마음이 엄마에 대한 연민으로 풀이 죽어 시들해지기 전에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랬어.

화냈던 일을 후회하는 일도 꽤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후회보다는 반성을 해볼게.

그래도 오늘 시작은 좋았었는데. 모처럼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랑 가시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돼서 아쉽네.

괜히 내가 먼저 아빠로 화제가 옮겼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아. 엄마 잘못은 아니었어.

어쩌면 나는 나의 내면에 있는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꺼내 들고 휘두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라. 아빠한테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만 같은 불안함이 가끔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거든. 나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지고 자제가 안 돼. 혹시 엄마도 나를 보면서 아빠를 보게 됐을지도 몰라. 그랬다면 내 본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줘.

아빠라는 사람은 내 인생을 박살 내고 싶을 정도로 밉고 원망스러우니까.

그런데 당장 아빠는 사라졌고 내 불안을 받아줄 사람은 엄마뿐이니까. 오늘은 유난히 엄마에게 뾰족하고 독한 말들을 쏟아낸 것 같아.

겁 많고 나약한 엄마를 배려하지 못했어. 어른답지 못하게 행동했어요. 죄송해요. 엄마.

그렇지만 나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어. 요즘 들어 내가 너무 후진 사람 같아서 짜증 나는 일이 많았었거든.

부모 중 한쪽만이라도 세련된 유전 인자가 있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는 밝았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따위 생업에 전전긍긍 안 했을 것 같고.

게다가 점점 아빠처럼 허영과 허세가 너무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말이야. 정말 나는 뭐 하러 태어난 건지 짜증이 솟고 화가 치밀어.

그런 데다가 엄마가 은연중에 내보이는 신념들이 내 머릿속에 꽉 들어차 버렸거든. 보기 좋은 외모에 대한 끝없는 예찬론, 돈에 대한 사나운 편견, 사회적 상위층에 대한 굴욕적 태도 들 말이야. 그건 마치 내 DNA 속에서 아주 왕성하게 분비되는 호르몬 같았어.

나는 나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엄마? 엄마가 나를 좀 도와줘. 부탁해요. 엄마. 제발 나를 엄마 삶에서 뜯어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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