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엄마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어. 내 인생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엄마 나는 여전히 엄마를 의지하고 기댄 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마치 샴쌍둥이처럼 떨어지고 싶지만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사이처럼 말이야.
그런 내 모습 때문에 어디에서나 부끄럽고 있는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져. 엄마가 그만큼 나에게 필요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고 분하게도 말이지. 오히려 내 존재감이 엄마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순전히 내 착각이었어.
인정하기 정말 싫지만 엄마가 내게 미치고 있는 파급력이 훨씬 수위가 높고 치명적이라는 사실. 엄마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나는 금세 풀이 죽어 버리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폭발해 버리기도 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엄마의 권한이 내 의사나 권리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의미야. 내 의견 따위는 중요하할 틈이 없어지고 말이지. 마치 윗물에서 쉴 새 없이 내려오는 흙더미처럼.
엄마 나는 절망이라는 우물에 빠진 기분이야. 엄마가 지금까지 보여준 무지와 무능과 무감각이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하는 빚더미 같거든.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생의 지옥 같은 느낌.
이 절망 속에서 나는 어떤 길로 걸어가야 할까? 나는 혼자 걸어가고 싶어 엄마. 그래야 할 것 같아.
우리 이제 따로따로 걸어가 봐요 엄마. 엄마도 불편하고 불쾌한 혹을 떼내고 인생길 위에 떳떳하게 서 봐요.
제발 주눅 든 표정 짓지 말고. 겁먹은 눈 하지 말고. 어깨 펴고. 다리에 힘주고. 걸음걸이는 단호하고 씩씩하게. 서둘지 말고. 다른 사람들 쳐다보지 말고. 똑바로 앞을 보고.
나약한 생각들은 집어치우고. 도움 따위는 기대하지 말고. 포기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자신감과 용기를 챙겨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나 먼저 출발할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