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은 내가 많이 심했어 엄마. 엄마가 나름대로 공들인 인생을 활활 태워서 잿더미로 만들어 놓았으니 나 지옥 갈 거야.
그리고 엄마가 그토록 숭배하고 있는 신이 나를 저주하고 있을 테니까 내 말에 너무 서운해 마요. 지금도 엄마를 괴롭게 할 말만 찾고 있는 나 자신이 밉고 싫어 엄마. 못됐고 이기적이고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한 내가.
특히 오늘은 뱀처럼 간사하고 혐오스럽고 하이에나처럼 사납고 차갑게 엄마를 공격했어. 아니 공격하고 싶었어.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불행하게 느껴졌으니까.
엄마는 엄마 딸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내가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한다고만 생각할 거야. 그건 아니였는데.
엄마! 나는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빈틈없이 쏟아지는 사랑 말이야.
나는 받아본 기억이 일절 없어서 잘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무것도 부럽지 않을 만큼 꽉 찬 느낌의 사랑 말이야.
엄마는 나한테 준 기억이 있을까? 아마도 엄마는 돈이 부족해서 사랑을 충분히 못했다고 변명할 거야. 엄마는 사랑과 돈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돈은 오히려 사랑을 박살 내기 위한 탐욕이고 파멸인데 말이지. 그러니까 엄마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사랑이라고 여기는 거지.
엄마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내가 성공하길 바랐겠지만 나는 도망가고만 싶었어. 엄마는 무디고 무감각한 내가 답답했을 거야. 왜냐하면 엄마는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친절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게 필요했는데 엄마는 돈처럼 굳은 표정으로 무섭게 나타났으니까.
왜 그랬어?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언제나 내 마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언제나 엄마는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평가하니까.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같은 표정과 말투로 나를 대했으니까. (마치 돈이 내게 보이는 태도처럼)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내게 닥친 세상이 너무 공포스러웠어. 대문 밖이 늘 신경 쓰이고 집에 누군가 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편해. 최근까지도 엄마랑 그 문제로 많이 다퉜잖아. 그때마다 엄마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타박하고 외면했었지.
그런데 엄마의 그런 태도가 나에게는 엄청난 폭력이었어. 너무 아팠고 고통스러웠거든.
엄마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하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믿어버린 것 같아요. 도대체가 예쁘지도 않고 쓸모도 없으니까 당연히 미워한다고 확신했던 거지.
그리고 나보다는 엄마의 사람들 곁에 있을 때 엄마는 훨씬 즐겁고 행복해 보였으니까. 어쩌면 엄마는 돈처럼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살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나처럼 반응 없는 멍한 딸이 주는 부담감보다 그들에게 얻을 수 있는 가벼움이 엄마에게 훨씬 필요했을 것 같아요 엄마. 희생보다는 즉흥적인 삶 말이야.
책임감이나 사명감과 같은 것들을 준비할 필요 없고 단순하고 단편적인 마치 요약본처럼 살아가는 것이 맞으니까 엄마는. 물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위대하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소소한 일상을 무시해 버려 버리곤 했던 기억들이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해. 나는 소소한 삶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었거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래요 엄마. 그리고 여전히 동화 속 삶을 꿈꿔. 그 속에는 사랑이 있거든. 그것은 나에게 희망이기도 해. 엄마 나는 진짜 엄마를 기다리는 중이야. 희망을 꺾지 않는 엄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