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내 탓은 아니잖아!>

-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by avivaya

오늘 아침은 고마웠어 엄마. 나 혼자 있게 해 주어서. 오늘은 정말이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어. 그리고 엄마 잘못도 아니었고. 순전히 내 변덕스러운 성격 탓이지.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 같아서 나도 속상해.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어. 내가 이렇게 애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가 나에게 제 역할을 못해줘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내 어린 시절은 나에게 가장 큰 흑역사였던 것 같았거든. 너무 수줍어서 하루에 한 두 마디 말 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었잖아. 그런데 엄마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것 같아. 아니었다면 무신경했거나. 왜냐하면 나는 엄마로부터 내 존재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

그 시절에 나에게 엄마가 엄마로서 너무 필요했고 간절했는데 말이지. 지금도 그 흑역사 중에 생겨버린 커다란 구멍 속으로 자주 떨어져서 허우적거리곤 하거든. 그때마다 나는 무섭고 공포스러운 감정에 빠져들곤 해. 다시 정상적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좌절감과 열패감으로 울기도 많이 했어. 지금도 가끔 우울감에 빠져.

엄마는 잘 몰랐다고 기억에 없다고 어린 시절 일을 뭐 하러 기억하고 있냐고 하겠지. 마치 잊지 못하고 있는 내 잘못인 것처럼. 죄책감이 갖도록 말하는 것이 엄마 주특기니까.

그렇지만 부모가 전부였던 그 시절에 부모가 없는 것처럼 느끼면서 살아왔던 시간들은 내 인생 전체에 관통상의 해를 입힌 것만큼이나 끔찍한 일이야. 사소한 문제조차도 답을 내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겁을 내며 살아왔어. 엄마! 그때 나는 내가 너무 멍청하고 꽉 막힌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 나 자신을 얼마나 쥐어박았는지 몰라.

지금도 죄책감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모두 내 탓이라고 여겼었지.

그런데 내 잘못은 아니었잖아?! 나는 피해자니까.

그리고 절대적 존재와 다를 바 없는 부모로부터 나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으니까. 엄마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내 말에 엄마가 상처받았을 것 같지만 그것마저 내 탓이라고 생각하진 말아 줘.

어쩌면 엄마가 받고 있다고 여기는 상처보다 내 마음 속 구멍이 훨씬 아득할 수도 있거든.

지금까지 구멍을 메우지 못한 것을 보면 내 상처는 꽤 깊은 것 같아. 하긴 치료할 돈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40여 년 전에 당연히 줬어야 했던 돈을 지금까지 이자뿐만아니라 원금조차 못 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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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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