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by avivaya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죽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바다에 던지는 노예선>, 1840


생이 말을 건다.

”어떤 삶을 원해? “

“… …” 나는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노예보다는 지주로.

가난뱅이보다는 부르주아로.

거지보다는 돼지로.

나는 변해간다.

매일 두려운 생각이 반복한다.

나의 생이 문제들과 협상해 줄 것이다. 나 없이.

누추한 인생을 살게 될 미래가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나의 생이 삶을 채워줬으면 좋겠다.

나는 삶을 버리고 생에게 안기고 싶다.

생은 나의 죄악을 견딜 수 없다.

폭풍우 속에서 삶은 되살아난다.

내 삶은 침몰하는 배 위에 오른다.

배는 바다 안에 갇힌다.

비로소 나는 바다에 빠져든다.

나는 결코 배에 오르지 않겠다.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걱정한다. 선택의 실수로 인한 실패를 말이다. 아무래도 내 운명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만 같다. 그야말로 노예처럼 굶주리고 학대받고 아무 데나 쓰러져 죽음을 맞이할 것 같은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공포스러운 감정에 나는 몸을 움츠리고 부르르 떨곤 한다. 나는 인생을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았던 탓이다. 후회한다. 그러나 늦은 것만 같다.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게다가 나는 붙잡을만한 단단한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찰나의 행운을 바랄 수도 없을 만큼 불운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조속히 삶이 스러져주는 것이 나에게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어차피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꽃으로 필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노예선에 탑승한 것과 같다. 그런데 풍랑을 만났고 노예선은 침몰한다. 그것은 나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운명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나는 노예선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설레는 첫 경험이다. 출렁이는 바다가 너무 두렵고 끔찍하지만 나는 기꺼이 바다에 빠지기로 한다. 바다에 깊이 안겨 보자. 설령 죽음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고 해도 나는 받아들일 생각이다. 잠시라도 노예가 아닌 삶의 옷이 내게 입혀진 것에 감사하다.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바다에 흘려보내지 않겠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6화<불안의 굴레를 벗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