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분투기
귀신이 달려든다. 놀라 소스라치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도망가는데 가도 가도 제자리다. 비명을 지른다. 신음에 가까운 비명이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어' 하는 가위눌림 소리만 새 나온다. 귀신은 끝까지 나를 쫓아오고 숨을 곳이 없다. 잠을 자던 남편이 소리를 들었는지 내 몸을 흔든다. 비로소 잠에서 깬다. 온몸이 쑤신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가위눌림은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이 깨지 않아 나타나는 수면 마비증 현상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이런 꿈에 시달린다.
으스름한 새벽이 베란다에 걸린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다. 안약을 넣는다. 순한 손수건으로 눈가에 묻은 안약을 닦아 낸다. 매일 넣는 안약이지만 따갑다. 10분 정도 안약이 스며들 때까지 누워있다.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 갈 채비를 한다. 병원 예약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다. 아침밥 대신 커피 한잔과 달짝 기근 한 오 예스한 봉으로 때운다. 달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꿀조합이다.
시야 검사를 하는 날이다. 그동안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잘 유지되고 있는지 결과를 비교하는 날이다. 지난번 검사 때는 좋지 않았다. 검사를 하기 전에 기다리다 지쳐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뒤적였는데 그런 이유인지 검사 내내 집중도가 떨어졌다. 시력검사에서도 흐릿하게 보여 초점 맞추기가 어려웠다. 텔레비전을 오래 들여다보다 다른 것을 보면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것처럼 요즘 들어 눈에 초점 맞추기가 어렵다. 컴퓨터를 장시간 해도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눈부심 현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백내장증세가 약간 있다고 했다. 녹내장 환자는 백내장 수술도 가급적 피 하는 것이 좋다고 해 백내장 수술이나 라식, 라섹수술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늘은 진료대기 시간에 최대한 눈의 피로도를 줄이고 눈을 편하게 해 줄 생각이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 결과가 나올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다. 수년째 다니고 있는 병원이다. 의사 선생님이 안과에서 근무하다 직접 병원을 지어 '00 안과'를 개업했다. 분야별 전문 선생님이 계신다. 나는 진료받던 녹내장 전문 선생님을 따라 이 병원으로 옮겼다. 수년째 같은 선생님이 진료를 하고 계신다. 나의 병력이나 알레르기증세 안약 부작용등 자세히 알고 있어서 진료받기 편하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병원'이라는 슬로건도 마음에 든다. 때문인지 이 병원은 아주 친절하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 선생님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가끔은 다른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관리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녹내장의 특성상 관찰과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의사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동안 너무 한 병원에서만 관리받고 있어서 불안하기도 한데 과연 병원을 바꾸는 것이 좋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