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화 녹내장 환자는 무엇이 불편할까?

녹내장 분투기

by 푸른 노을

녹내장 환자는 무엇이 불편할까?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녹내장 환자는 시력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시력을 잃을 때까지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의사는 사람들마다 생리적 암점이 있다고 한다. 눈은 정상이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소리다. 생리적 암점을 찾는 방법은 우선 한쪽 눈을 가리고 멀리 있는 한 곳을 바라본다. 정중앙 코 부분에서 손가락을 우측이나 좌측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손가락이 안 보이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것을 생리적 암점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생리적 암점은 걱정할 것 없지만 부분적인 암점은 반드시 안과검진을 해봐야 한다. 시력검사를 하면 오른쪽과 왼쪽은 정상이더라도 보이는 구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주력해서 보는 시야가 있는데 어떤 사람은 왼쪽 눈이 발달되어 있고 어떤 사람은 오른쪽 눈을 주된 시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오른쪽이 암점이 많은 편이라 왼쪽 눈을 주된 시야로 사용한다. 녹내장 환자에게는 암점의 구간들이 남들보다 넓다. 녹내장이 진행되고 있는 눈은 시야가 좁고 암점도(보지 못하는 구간) 넓다. 예를 들면 숫자 8을 보는 데 어느 한 선이 끊어져 보이면 그 부분은 시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소리다. 물론 8은 중심부의 시신경이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녹내장은 꼭 바깥에서 안으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중심부 시력도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녹내장 환자는 사물을 볼 때 고개를 이쪽저쪽 정상인보다 과도하게 돌리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나는 계단을 내려갈 때 가장 많은 불편을 느낀다. 아마도 초점 맞추기가 어렵고 왼쪽, 오른쪽이 보이는 각도가 다르니 균형 맞추기가 어려워 나타나는 현상 일 것이다. 초행길의 계단은 눈으로 보고 걷기도 하지만 발로 높이를 가늠해 가며 걸음을 옮길 때도 있다. 이것은 녹내장 환자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일일테다.


몇 해 전 모임에서 배를 타고 섬여행을 다녀왔다. 섬을 둘러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어 일행들은 정산까지 등반을 했다. 무심코 일행들을 따라나섰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배 출발 시간이 임박하자 사람들은 너도 나도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나는 일행들과는 한참 뒤처져 내려왔는데 하마터면 배를 놓칠 뻔했다. 배가 30분 연착되는 바람에 무사히 육지로 나올 수 있었는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산을 내려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인지를 못하던 때라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정상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단과 내리막길은 녹내장 환자에게는 엄청 불편한 것들이다.


녹내장 환자들은 몸이나 팔이 부딪치기가 쉽다. 분명 보이지 않던 사물이 어느샌가 옆에 있어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우회전할 때 고개를 돌리거나 속도를 급격히 줄인다. 녹내장 환자들은 시신경의 손상에 따라 일반 사람들에 비해 보지 못하는 구간들이 있는데 녹내장 질병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면 그러한 것들을 알아두면 배려하기 좋다. 내가 보는 것을 상대방도 볼 수 있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 운전처럼 배려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40대 이상 100명 중 4명이 걸린다고 하는 질병 녹내장.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고 조기에 관리한다면 죽을 때까지 실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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