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마음의 주치의

녹내장 분투기

by 푸른 노을

병원 안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붐빈다. 내가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꽃 때문이다. 병원 문을 열면 제일 먼저 꽃병이 눈에 들어온다. 접수실이나 진료 대기실 등 눈가는 곳마다 꽃이 놓여 있다. 꽃병의 크기도 다양하다. 마음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고 꽃병의 크기에 따라 꽃의 모양도 달라진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꽃은 마음마저도 투명하게 만든다.


화사한 봄날에는 노란 프리지어를 만날 수 있다. 장미의 계절엔 붉은색의 장미꽃이나 안개꽃이 반긴다. 보라색 국화다발에 에지 있는 노란 국화꽃 한 송이는 가을 냄새를 폴폴 풀긴다. 추운 겨울에도 예외는 없다. 늘 꽃들이 병원을 밝히고 있다.

나는 병원 진료를 기다리며 사진으로 담기도 하는데 병원에서 꽃 사진을 담는 재미는 의외로 쏠쏠하다.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도 아닌 안과에서 그것도 갈 때마다 다양한 생화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누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을 듬뿍 해주고 싶다.


처음에 병원에서 생화를 보았을 때 다소 걱정을 했었다. 고통과 질병이 넘치는 병원에 곧 시들어버릴 꽃이라니. 혹여 환자들에게 시들어 버린 꽃이 더 큰 절망을 안길까 염려스러웠다. 몇 달 못 갈 것이라 여기며 그때까지만이라도 즐겁게 보아두자라며 혼잣말하듯 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아직까지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꽃으로 병원을 밝히고 있다. 나는 병원을 들릴 때마다 오늘은 어떤 꽃이 꽂혀 있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병원 앞을 그냥 지나치다가도 꽃이 보고 싶어 병원을 들르고 싶은 충동도 일게 된다.


꽃은 마음의 주치의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밭을 밝게 가꾸면 그것 또한 치유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꽃은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인간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한때 꽃보다 빵을 더 좋아한 적이 있지만, 지금도 꽃보다 빵을 선택하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좋은 좋은 주치의가 된다.


안과에 들어서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병원'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간판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친절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친절 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은근히 기대를 품게 된다.

병원은 늘 바쁜 곳이다. 친절하고는 거리가 멀다. 내가 여태 다녔던 병원들도 그렇게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간혹 나이팅게일 같은 간호사가 친절을 보이긴 하지만 병원전체가 친절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진료에 대해서 또는 검사결과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눈치를 보며 물어보았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에 밀려 진료실을 나왔었고 간호사들의 무표정한 답변에도 이해를 했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힘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들을 이해했다. 그런데 이병원은 친절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병원이 되겠다고 하지 않는가.


이 병원은 실제로 굉장히 친절하다. 병원이 이렇게 친절할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의사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친절하다. 바빠도 웃으며 답해주고 목소리에도 진심이 묻어난다.

나는 우리나라 병원들이 좀 더 친절했으면 한다. 환자에게는 의사나 간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용기가 된다. 의사나 간호사의 말 한마디는 일반인들의 위로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래서 친절한 병원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병의 주치의는 의사일지 모르지만 마음의 주치의는 친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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