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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Jan 21. 2022

운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엊그제는 대학원 동기 선생님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눈보라를 뚫고 오신 귀한 내 동기 선생님을

모시고 평소 내가 최애 장소로 꼽은 커피숍에

숑숑 들어가 우리 둘만의 비밀 공간에서

12시부터 5시까지 쉼 없이

이어진 대화를 나누면서

(너무 집중해서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다 방광이 터질 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나를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해줘야 하는지,

내 주변을 가두고 있던 방어막을

여러 겹 벗겨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기 선생님은 나와 같은 코치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뿐 아니라

내 책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흥미를 느꼈고,

이것저것 물어봐주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 책에 열과 성의를

다했는지, 나조차도 놀라웠다.


우리가 흔히 어떤 일을 할 때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으로


'영혼을 갈아 넣었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어제 내가 느낀 점은,


나는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은 물론

없는 영혼도 끌어서 다 갈아 넣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책 잘 읽었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아이코, 아니에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부끄럽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도 사실

익숙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최선을 다한 게 이 정도예요?'


라고 반문한다면,

내 얼굴이 홍당무보다 빨개질 것 같았다.


'네, 저는 최선을 다한 게 그 정도예요.'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책 판권이 마카오, 대만, 홍콩 에

수출되었을 때도,


작가님, 대단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라고 물었을 때도,


"그냥 운이 좋았어요.".


라고 말했다.

겸손한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어제 대화를 통해 분명히 알았다.


나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운이 아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것에 대한 결과였다.

내 책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


겸손하지 못하게 이게 무슨 말이냐고?

사실, 내가 그동안 겸손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어제 알았다.


어쩌면

저거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자신이 없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내일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고,

분명히 더 잘 될 것이다.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내 태도에 대한 자신감에 대한 확신이다.


왜, 겸손해야 하지?

이제 시작인데? 더 잘할 건데?

더 이상 겸손하지 않겠다.

(노력하지 않을 것에 대한 비상구는 아예 없애버릴 거다.)


나는 잘 된다. 분명 잘 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눈치를 보느라

나를 불안함으로 채우는 건 오늘로 멈춘다.


나를 온전히 나로 채운다.


이게 무슨 중2병 같은 멘트냐고.

맞다. 나는 지난겨울부터

어제까지 사춘기를 호되게 앓았다.

*동기 선생님께서 헤어지고 나서 보내 준 문자 하나로, 나이 마흔에 맞는 사춘기. 이렇게 오늘 끝낸다.


자신감. 자존감이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의식하기 시작할 때

흔들리는 것다.


날 믿어주는 단 한 사람 있다면

그 한 사람보고 가면 된다.


ㅡ제일 먼저 그 사람은 나 스스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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