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서 직업의 요소들에서 직업의 분화도에 대해 다뤘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소개도 드렸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시험에 합격하면서 의사면허가 발급된 상태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장 크게 나누면 의사로서의 일을 주로 하는지, 의사인 것을 하나의 무기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지, 의사면허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지 세 가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의사 면허가 있더라도 전혀 의학 지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크게 의미가 있지 않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자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김현철 교수님은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경제전문가로 일하시는 분입니다. 의사로서의 지식을 활용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의사 면허를 활용해 의과대학 교수로 채용이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잘 알려진 의사출신 정치인 안철수 님이고, 벤처 기업인으로 활동하시다가 현재 정치인 활동을 하셨고, 코로나 위기에서 잠시 의사로 돌아간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의사로서의 일을 주로 하는 분야에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4 분야로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임상이냐 아니냐.입니다. 쉽게 임상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이고, 비임상 의사는 진료를 보조하거나 개발하는 분야입니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메이저냐 마이너냐입니다. 의사들끼리 사용하는 속어에 가깝기 때문에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메이저 의학은 말 그대로 환자를 살리는 전통적인 분야의 의사들입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바이탈과 라고 합니다. 여기서 바이탈(vital sign) 은 생체 징후라는 말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죽고 살리는 기로에 서있는 의사들을 말합니다. 마이너과는 메이저과와 대비는 개념으로 진단을 보조하거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를 대하지만 죽음과는 먼 성형외과나 피부과, 진단을 보조하는 검사를 다루는 병리과, 조직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진단검사 의학과, 영상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영상의학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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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카테고리로 4가지 영역으로 나뉘었습니다.
1 사분면, 임상의사이면서 메이저과인 경우
제가 속한 내과 의사가 대표적으로 분야에 속합니다. 약칭으로 내외산소라고 합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말하며 가장 오래되고 결정적인 순간을 담당하는 의사입니다. 앞에 말한 대로 죽음과 관련 있어서 바이탈과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 카테고리에 속한 의사들은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신의 영역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에 내외산소나 바이탈과 라는 표현은 비인기과를 뜻하는 자기 비하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국가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행위를 해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기대하기 어렵고, 건강보험을 지급하는 국가기관의 제재를 많이 받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제한적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송사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자칫 잘못 판단을 하거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몇 년간 법적 공방을 해야 하고, 큰 금액을 배상해야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심하면 법적 구속이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는 합니다. 또 환자가 특정지역이나 시간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당직업무를 도맡고 있거나, 해당 의사가 부족한 경우 의료소외지역에서는 양질의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됩니다. 개인의 자부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는 제도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2 사분면, 임상의사이면서 마이너과인 경우
앞 서 말한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환자를 직접 대하고 치료를 한다는 점에서는 임상의 사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과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지만, 성형외과, 피부과 등은 미용수술이나 시술등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과로 분류됩니다. 상대적으로 메이저과에 비해서는 큰 사고나 소송의 위험성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겠으나,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요구사항이 구체적인 고객을 대하는 일에 대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의료 행위 외의 자기 관리나 마케팅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도 애로사항입니다. 모든 법칙이 예외가 있듯이 성형외과 의사 중에 미용에 종사하지 않고 외상환자의 재건수술(손가락 절단 봉합수술 등)이나, 피부과 의사 중에 화염상 모반과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애쓰는 분, 정형외과 의사 중에 골종양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분 등 삶과 죽음의 기로, 인생을 바꾸는 치료에 매지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3 사분면, 임상의사가 아니면서 메이저과 인 경우
메이저과 마이너과는 주로 임상의사를 나누는 표현이기 때문에 이 표현은 엄밀히 말해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단에 도움을 주고, 그 진단이 환자의 치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로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등입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혈액검사의 질을 유지하는 분야이고, 병리과는 채취 된 조직에서 정확한 진단을 돕는 분야, 영상의학과는 CT, MRI 등의 영상정보를 통해 진단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분야입니다. 정확한 진단이 적절한 치료에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이 분들의 도움이 임상에서는 꼭 필요합니다. 다양한 영상기기의 발전으로 영상의학과 인기가 현재 높은 편이며, 최근에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기기를 통한 혈관중재술 등을 활용하여 막힌 혈관을 뚫는 등 치료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사분면, 임상의사가 아니면서 마이너과 인 경우
말한 대로 적절한 분류가 아닐 수 있으나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고 진단에도 직접 참여하지 않는 분야입니다. 생리학, 해부학과 같은 기초 분야, 연구 분야가 이에 해당하고 넓은 의미로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예방의학과, 직업병과 관련하여 직업환경의학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련한 일을 직접 하지 않으면서 연구를 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분야입니다. 넓은 의미로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를 미리 예방하거나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의과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주로 매진합니다. 역시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면서 단점이고,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임상의사에 비해서는 급여가 낮은 편입니다.
의사인 것을 무기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사이면서 사법고시를 보거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의사 출신 변호사,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고, 의학 전문기자로 일찌감치 활동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흔하게는 다국적인 제약회사에 취직하여 약제나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할 수도 있고, 기업 내에 의료 자문을 구하는 의사로 취직하기도 합니다. 직업 안정성이 중요하다면 군대 소속의 군 병원에서 군인 신분의 의사로 살 거나,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의료정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에 주로 출연하여서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의사 출신 방송인, 유산균등 제품을 개발하여 의료 관련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발전과 힘입어 다양한 프로그램과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의사출신 스타트업도 많이 있습니다. 창작 영역에서 내과 박원장이라는 웹툰을 그리고 인기를 얻어 동명의 드라마화까지 한 장봉수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의사, 닥터 프렌즈라는 유튜브 활동과 ai. 닥터라는 웹툰, 웹소설 창작활동을 하는 필명 한산이 가로 활동하는 의사 등 다양한 분야가 생각납니다. 의사 출신 작곡가 닥터조, 의사 출신 마술사도 있네요.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미 여기에 언급된 것은 누군가가 개척을 한 분야입니다. 다양한 일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영역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의 저도 의사 출신과 경험이라는 것이 작가의 관점에서 볼 때 유리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리하자면, 지금도 의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아직은 주로 환자를 보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도 있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 기회를 잡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렵고 필수적인 영역에 헌신하는 분들에게 조금 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에게 더 나은 직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그분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후배 의사가 믿고 갈만한 길이 되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의료분야는 앞으로도 개척해야 할 영역이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로서의 전문지식과 자격을 사용하면 다양한 선택지에서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출판 업계도 끊임없이 새로운 책이 출반 되고 다양한 경쟁이 있는데,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이 시점에서도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