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구리 Nov 30. 2023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성격은?

명랑. 쾌활. 긍정.

신입행원 연수원에서 지내고 있을 당시 낯가림이 심한 나는 연수원에서 보내는 2주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겨울 같은 초봄의 새벽, 일찍 기상하여 "00 은행이 최고다!"를 연수원이 울릴 때까지 외쳐야 했던 것. 외침이 끝나고 연수원 한 바퀴를 달려야 했던 것. 그런 강제는 20대 중반의 나이가 느끼기에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으며,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사회성 없는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ISTJ인 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하며 글을 당당히 이어나가겠다.


예외 없이 누구나 운동을 하고 00 은행 최고를 외치고 시험을 보고 잠이 부족했던 연수원 생활. 연수원 생활이 끝나가는 후반부쯤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얼굴이 예쁜 동기가 아닌 마음에서부터 밝은 햇살이 비추던 아이.


실명을 거론할 수 없어 비슷한 이름을 찾아보자면 이름은 '기쁨'이었다. 어쩜 이름처럼 성격도 이쁜지 기쁨이의 마음상태는 언제나 기쁨이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 동기들과 잘 어울리고 씩씩하게 밥도 잘 먹고...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야말로 연수원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아이.


나에게 은행생활 첫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때당시는 야근이 기본이라 집단대출만 시작되면 밤 11시 퇴근에 문이 열리기 전 한참이나 일찍 출근해서 진행하는 오전회의, 그리고 셔터문이 열리면 내가 업무를 못하는 게 티가나는지 손님들은 화를 냈다.


기쁨이는 그 당시 어땠을까. 지점 선배들의 예쁨과 칭찬을 받으며 작은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넘쳐나는 체력으로 은행에서 주최하는 대내외활동까지 참여. 나중에 보니 본점으로 이동을 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에서는 명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명랑하고 쾌활하면 세상의 모든 일이 즐거워진다. 낙천적인 사람은 열 가지 일 가운데 한 가지 일만 이루더라도 기뻐하지만 우울한 사람은 열 가지 일 가운데 아홉까지 일을 이루더라도 기뻐하지 않는다. 명랑한 사람은 불행한 일을 겪어도 쉽게 화를 내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승승장구하는 동기가 부러웠다. 그럼 나도 그렇게 되려 노력할 수 있을까?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기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격이며 성격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 이번생에서는 틀린 건가... 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어느 정도 극복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꾸준한 운동  ->  심장확장과 수축을 통한 혈액 순환  ->  몸이 건강하면 행복한 기분을 얻음  ->  명가능


이렇게 하면 우울한 사람도 어. 느. 정. 도. 는 쾌활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책에서 말하는 어느 정도의 쾌활함을 완벽히 이해한다.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나는 어느 정도 명랑해진다. 하지만 명함도 잠시 다시 기본적인 기질로 돌아온다. 그러다 부정적인 면이 심화되어 축 처지고 며칠을 그러다 다시 산책을 나가고 운동을 하면 잠시나마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매력이 있다. 요즘 책을 많이 읽으며 사색을 해보니 나다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싸는 아니지만 (아니 사람을 피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진중하다. 쾌활하진 않지만 정직하다. 사람들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한다. 어쩌면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 나를 잊고 지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명, 쾌활, 긍정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솔직히 많이 부럽긴 하다!


사진: UnsplashPriscilla Du Preez




이전 08화 신춘문예 응모를 통해 깨달은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