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차 초보 작가지망생은 쓰고 싶은 것이 많다. 퇴사 1일 차에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브런치 생태를 살폈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브런치는 에세이의 바다였다.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생전 처음 써보는 글. 가수로 따지자면 영혼은 제니인데 몸뚱이는 모구리인 그런 느낌.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쓴 모모는 공놀이가 좋단다는 최근 시원하게 발행취소를 눌렀다. 인생 첫 글 기념으로 남겨둘까 고민도 했지만 오그라듦이 기념을 앞섰다.
그래도 겁 없이 매일매일 발행을 눌러댄 덕분에 신도시 엄마들 목격썰은 10만 뷰. 아파트 입주 전 망할 놈은 4만 뷰. 시내와 동떨어진 아파트는 3만 뷰. 이것 말고도 몇 개의 글이 다음과 브런치메인에 노출되었다.
물론 다음 노출이 나에게 최종 목적지가 되진 않지만 초보 글쓴이에게 글쓰기 자신감 스킬 +15 정도는 획득시켜 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에세이를 쓰는 나날이 흘러갔다. 공상을 좋아하는 아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나는 소설과 동화도 써보고 싶었다. 비루한 솜씨라 할지라도 서랍에 처박히기만 한 글은 가치가 없어 보였고, 동기를 얻기 위해 소설 공모전을 검색해 보았다.
창피하지만 일주일 전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전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감일이 내일모레라니... 오늘 쓰고 있던 동화와 기존에 써두었던 소설을 내 나름 열심히 퇴고했다.
힙하디 힙한 브런치 글쓰기 양식에서 벗어나 워드를 키니 놀랠 노짜. 내 글이 춤을 추며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 선명한 돋보기안경까지 끼면서 수정의 수정. 아~ 이런 게 퇴고구나. 처음 느껴보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난 글쓰기 초짜이니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 개의 작품을 간신히 완성시켜 오늘 등기로 보냈다.
그때의 내 감정. 이게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글쓰기의 무게가 이렇게 무겁구나.
브런치에서만 활동하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 앞으로도 소설은 브런치에 발행하고 싶진 않다. 워드에 써서 차곡차곡 모았다가 날치처럼 뛰는 아마추어의 글을 다음 공모전을 위해 준비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