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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Nov 23. 2023

아아가 좋다.

[오늘부로 커피를 끊었다]


이런 제목은 영영 쓸 수 없을 것 같다. 담배도 안 피고 술도 거의 먹지 않는 나에겐 커피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식품이다. 맥주는 작은 캔 하나만 마신다. 술에 취해버려 술 취한 정신이 날 잡아먹는 게 무지하게 싫다.


직장인 시절, 10분 더 여유를 가지고 출근해 파리바게트에서 사 먹는 4000원대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새로 발령 난 곳에 대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익숙한 아이스아메로 달래주었다. 근무가 시작되기 전 연료를 보충하기 위한 매일매일 4000원의 투자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눈이 잘 떠지지 않는 피곤함. 이럴 때도 역시 아이스아메. 아아를 손에 받아 들고 걷기 직전 일단 한 모금 마신다. 눈이 번쩍. 소중하게 쥐고 회사로 향한다.


일을 그만두어도 강도는 다르겠지만 고민과 스트레스는 없어지기 힘들다. 마음을 평온히 하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가끔은 그런 것도 다 싫을 때가 있다. 월경 전 증후군도 내 감정을 항상 극대화시킨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란 뭘까 싶기도 하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초예민한 딴사람이 되어있기도 하고 몸이 편하면 같은 상황에도 유해진다. 호르몬이 날 지배하는 걸까.


주저리 떠들어봤지만 이럴 때도 생각의 구덩이에 파묻히는 것보단 그냥 아이스아메를 만든다. 이사기념 나에게 주는 선물로 구매한 일리커피머신. 캡슐이 많이 싸진 않지만 밖에서 먹는 것보단 훨씬 낫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타고 찬물 300미리 대령. 찬물에 대왕얼음 두 조각을 넣고 그위로 검은 액체를 쭈욱 뿌리면 완성.


차디찬 아이스아메가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 사라진 잡념의 구덩이에는 시원한 아이스아메가 채워진다. 그리고 새롭고 산뜻한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튼, 날 개운하게 해 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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