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니 식사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내 발가락. 각자 좀 넓은 평수에 살았으면 좋겠는데 아빠와 똑같이 생길 딸의 발은 사이 공간 없이 서로 잘도 친하게 지낸다. 어렸을 적, 퇴근하여 양말을 벗고 발을 벅벅 긁고, 무좀연고를 바르는 아빠를 바라보며 참 힘들겠다고 생각한 나. 어느새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있었다.
1. 수포형, 지간형 무좀
지간형 무좀의 경우 처음에 발가락 사이사이의 밑부분의 살이 물러진 느낌이 난다. 그러다가 물러진 살의 각질이 벗겨지고 거기서 식초 냄새가 나며 아프고 가려워진다.
수표형 무좀은 발가락 사이사이 밑에 틈에 난 지간형 무좀 옆쪽에서 자란다. 발가락들의 벽면이라 해야 하나. 그쪽에 수포가 생긴다. 수포가 작을 땐 별로 안 가렵다가 (이땐 긁어도 잘 터지지 않는다) 수포가 점점 커지며 심하게 가려워진다. 가려워서 긁으면 수포가 바바박. 터지며 진물이 줄줄 흘러나온다.
신발을 오래 신고 있는 상황, 그리고 특히 여름에 심해진다.
정신없이 일을 해서 병원도 생각 못했던 시절, 신혼의 어느 여름밤 새벽에 갑자기 발가락이 미친 듯이 간지러웠다. 발가락 열개를 정신없이 긁어서 일시적으로 시원해졌는데 각질이 벗겨지고 수포가 터지면서 통증으로 발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그날 남편에게 좀밍아웃을 하고 함께 간 피부과.
오래된 병원의 유능해 보이시지만 무심한 의사분. 약국에서 처방연고만 하나 받고 왔다. 그동안 약국에서 파는 비싼 무좀약들을 많이 사 왔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처방연고는 달랐던 걸까, 바른 지 5일째 되니 무좀이 다 사라졌다.
연고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사진도 찍어두도 애지중지 보관했다. 가끔씩 발가락이 가려워진다 싶으면 바르고 또 한 달 뒤 가려우면 바르고 하니 무좀 발생빈도가 일주일, 한 달, 그렇게 일 년까지도 벌어졌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가려움을 동반하는 두 무좀균이 사라졌다.
2. 각화형 무좀
무좀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어느 년도. 원래도 건조한 편이라 발뒤꿈치 각질이 있긴 했는데 어찌 매번 점점 각질이 심해졌다. 두꺼운 각질층에 건조한 가을만 시작되면 하나의 말뒤꿈치에서 쩍쩍 3군데씩 갈라졌다. 하지만 이번경우는 가렵거나 수포가 생긴다거나 그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뭔지 모른 채로 몇 년이 흘러갔다.
그러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 단순 각질이 아닌 각화형 무좀이었던 것이다. 지난번 갔던 유능한 피부과를 뒤로하고 갔던 회사 근처의 가까운 피부과.
"각화형 무좀 맞네요. 이건 음... 좀 모순되긴 하는데 다른 무좀은 발을 건조하게 하고 통기를 잘 시켜야 하는 게 중요한데... 이건 보습을 잘하셔야 합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봤지만 크게 나아지는 게 없는 듯했고 검색해 보니 각화형의 경우는 치료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무좀. 다 죽은 줄 알았더니 각화형 무좀으로 진화를 했던 거구나.
문제성발을 관리하는 관리실에 가서도 각질제거에만 50만 원을 넘게 썼다.
그래도 예전보다 각질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좀 나아졌나 싶다가도 하루이틀만 관리를 게을리하면 다시 각질이 생겨버린다.
무좀과의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한다. 각화형 무좀에 승리비법을 아시면 꼭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