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다 독한 독감. 올해 8월에 한번, 11월에 한번. 두 번이나 걸렸다.
첫 번째 여름독감
나의 퇴사를 부추긴 잊을 수 없는 여름독감. 번아웃이 온 나에게 독감은 퇴사라는 골인을 시켜줬더랬지.
1. 열나기 시작하다
첫째 날~둘째 날(타미플루 복용 직전까지) 열은 39~40도를 오갔다. 첫째 날 고열에 얼굴이 벌게져서 일을 하다 급한 대로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로 갔다. 코로나를 4월에 겪었다고 하니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고 인후통약만 주더라는... 다음날도 열이 심해 집 근처 내과에 갔다. 그곳에서도 코로나 검사권유 말고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 정도로 아팠던 적이 없었던 나는 자진해서 독감 검사를 요청했고 A형 독감판정을 받았다. 거의 48시간이 근접해서야 독감이라는 걸 알아서 고열을 쌩으로 겪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열이 났었던 건 시작에 불과했다.
2. 편도가 부어서 숨이 안 쉬어지다
타미플루를 두 번 정도 먹으니 열이 내려갔다. 열이 내려 살겠다 싶었던 그날 저녁, 자려고 누웠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잘 때는 숨을 깊이 마셨다 쉬었다 해야 하는데 숨을 마실 때 편도가 부어서 숨이 턱 막혀 버렸다. 뜬 눈으로 버티다가 나도 모르게 졸려서 끔뻑. 호흡이 저절로 길게 들어가면 숨이 턱. 그렇게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이 왔다. 아픈데 잠을 잘 수 없는 새벽의 조용한 8시간은 정말 괴로웠다.
3. 결국 병원에 재방문하다
처음에 타미플루와 함께 받았던 감기약. 독감은 증상이 바뀔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초창기엔 콧물과 열이라고 설명하니 해당증상 관련 약만 받아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목이랑 코가 너무 부어서 잠도 못 잤다고 하니 약을 다시 처방해 주고 오늘부턴 타미플루와 함께 새로 받은 약을 먹으라고 했다. 받은 약을 먹고 낮잠이라도 자려고 했는데 역시나 잘 때의 들숨날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두 번째 약을 먹고 나서야 그날 저녁부터 잠을 잘 수 있었다.
4. 타미플루 5일 먹기는 힘들다
12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맞춰먹어야지, 약은 독하지. 나중엔 4~5일 차는 기운만 없지 열과 인후통은 사라져서 약을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반드시 5일 치를 다 먹으라는 말에 시간 맞춰 삼켜야 했다. 결혼 후 남편과 아이만 독감에 걸리고 나는 처음이었는데 다음부턴 가족 누가 걸리던지 타미플루보단 A형 독감 증상을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페라미플루 수액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체험기입니다)
두 번째 겨울독감
아이가 며칠 잠을 뒤척였다. 나중에 보니 열이 39~40도. 목감기라고 생각한 나였지만 병원에서는 열이 안 떨어지면 다음날 꼭 다시 오라고 말해주었고 다음날 가서 검사해 보니 A형 독감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소아과에서 페라미플루 수액을 맞았고 아이는 이틀정도만 열로 고생하고 수액을 맞고 2시간 뒤부터 팔팔하게 돌아왔다. 간호사분이 수액을 놓을 때 말했다.
"너는 이제 조금 있으면 쌩쌩해질 거야~ 이제 엄마 아빠가 며칠뒤 기운이 없으실걸~~ 내가 봤을 땐 엄마가 위험해 보이는데.. 아이고.."
맞다. 난 그 당시 목이 좀 부어서 쉰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8월에 독감을 겪었기에
"전 독감에 걸렸었어요 8월에."라고 말하니
"독감도 코로나처럼 자꾸 변이가 되는 거라 또 걸릴 수 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1. 목이 칼칼하고 기운이 없다
여름독감은 열부터 빡 났지만 이번에는 꼭 감기처럼 슬금슬금 찾아왔다. 아이를 케어하는 내내 나도 같이 기운이 없고 목이 좀 아팠다. 며칠 전 목감기를 앓은 남편에게 옮았다고만 생각했다. 홈트를 하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어제까지 잘만 했던 운동에 몸이 반응을 하지 않고 결국은 3분도 안 돼서 티브이를 꺼버렸다. 한 번도 운동중간에 꺼버린 적이 없었는데... 독감의 기운에 몸이 운동을 못하게 막았었나 보다. 어느새 목은 점점 칼을 그은 것 같은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2. 열이 시작되다
아이가 수액을 맞은 다음날 새벽, 나는 열이 나기 시작했고 독감이라는 걸 느꼈다. 여름독감보단 덜 심한 38.5도였지만 독감의 무서움을 알기에 일요일이었지만 바로 병원을 찾아보았다. 동네 내과는 전부 휴무였고 소아과 두 곳만 열려 있었다. 성인도 진료가능한지를 여쭈어보고 소아과로 달려갔다.
3. 4개월 만에 독감에 또 걸리 다니...
"A형 독감입니다. 여기 두줄 보이시죠? 타미플루랑 목감기약 처방해 드릴게요 괜찮으시죠?"
"아 저... 수액으로 맞고 싶어요..."
그렇게 우리 집은 이틀 동안 아이 18만 원. 나 17만 원의 병원비용을 지불했다. 독감 수액은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청구가 가능하다는 걸 검색해 두었기에 보험회사에 청구를 해 둔 상태이다.
4. 아이는 바로 쌩쌩해졌는데 난 왜 이러지?
수액을 맞은 당일. 점차 회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밤. 고열을 미처 덜 겪어서 그런지 미친듯한 오한이 시작되었다. 평소 입고 있던 반바지와 반팔티로는 맨몸으로 찬물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반팔을 벗고 두꺼운 고무줄바지, 후리스를 입고 수면양말을 신었다. 이불밖으로 나오면 몸이 덜덜 떨려 남편에게 부탁해 내 몸위로 이불을 4겹이나 쌓아 올렸다. 그렇게 했는데도 5분에 한 번씩 몸이 달달달달 떨리며 저절로 "으으으으~!!" 신음소리가 나왔다. 결국 전기장판까지 깔고 나서야 잠이 들었고 새벽 4~5시가 돼서 열이 다 올랐는지 오한이 사라졌다. 이불을 하나하나 던져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
4. 그래도 겨울독감이 나았다.
수액 덕분인지, 여름독감과 겨울독감의 성질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겨울독감이 수월했다. 독감은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았는데 4개월 만에 두 번째 독감에 걸려버렸다... 독감 3일 차, 오후 1시까지도 끔벅끔벅 졸다가 겨우 밥을 먹고 일상의 회복을 위해 이 글을 써보았다.
★속보: 글을 쓴날 저녁, 남편도 독감에 걸렸다. 여름독감은 독했지만 혼자 걸렸는데, 전염성은 겨울독감이 더 강했다.
★독감에 도움이 됐던 먹거리
이온음료. 아픈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내려가 흡수도 빠르게 된다.
순댓국, 설렁탕 같은 국물음식. 입맛이 없는데 따뜻한 국물을 마시면 목도 위로받고 몸도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