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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Nov 10. 2023

남편과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부부 또는 각자의 세계

나의 세계


40대 중반에나 돼야 올, 직장에서의 현타가 10년 일찍 찾아왔다. 4~5년 더 일했으면 남들이 봤을 때 많다면 많을 은행의 희망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대리직급이라 생각보단 적지만 지금의 퇴직금보단 훨씬 많겠지) 4~5년은커녕 4~5개월도 더 못 다니고 바로 그만뒀으니까.


아직까지 한 달 생활비가 많이 드는 가정. 남편은 연봉순서대로 나를 항상 '가장'이라고 불렀다. 올해부턴 남편도 슬슬 돈벌이를 하는 것 같아 망설일 게 없었다.


물론 영영 일을 안 해서 돈이 많이 부족하면 힘들겠지만, 물욕이 많지 않은 나는 처음 사는 외제차, 처음 사는 명품가방에도 기쁨을 찾을 수가 없었다.


퇴사 후엔 검소한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언제까지 돈을 못 벌지 나조차도 알 수 없으니까. 맞벌이 일 때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니 친정엄마에게 매월 드리는 수고비, 평일엔 엄마까지 4인 생활비, 매주 왕복하는 엄마의 KTX값, 그리고 마구마구 쓰진 않았지만 돈생각 없이 편안하게 즐겼던 주말. 이제는 그런 것들이 없어 분명 생활비가 줄어들기도 했을 것이다.


남편의 세계


남편은 올해 초에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임대료 100만 원, 업체 접대비를 포함한 본인 카드값 200~300만 원, 그리고 나에게 주는 생활비까지. 숨만 쉬어도 700만 원이 나간다.


남편은 사업 잉여이익을 적립해 더욱 활발하게 사업진행을 하고 싶어 하지만 돈을 모아야 할 사업 초창기에 집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 고민을 한다.


남편은 내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금액으로 사업을 굴리고 '공동가장'으로써 걱정 없이 일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돈이 좀 쌓이면 사고 싶은 걸 사며 살고 싶었겠지...


가계사정 생각 안 하고 바로 사표를 낸 나도 무책임하다면 할 것이고 새로운 '가장'의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도 조금은 원망스럽다.


열심히 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쉬어가고 싶은 나는 나대로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 파산할 것 같다."


는 말로 나에게 비수를 꽂는다. 난 쉰 지 겨우 2개월 찬데...


그래서 남편에게 받는 생활비를 줄이기로 결심했다. 가만히 두고 있었던 그저 그런 정도의 퇴직금을 오늘아침해지신청을 눌렀다. 내 생활은 내 퇴직금을 까먹으며 생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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