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구리 Nov 21. 2023

시나모롤, 널 꼭 구해줄 거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요일 아침. 요즘 매 주말마다 거의 집, 근처마트, 근처공원만 갔던 우리는 오랜만에 멀리 나가보자며 남대문시장 아동복거리를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있겠다며 떼쓰는 아이를 반협박 및 회유를 통해 옷을 입히고 출발. 남대문까지 가려면 한 시간은 걸린다기에 100년 만에 오전출발했다.


조수석에 탄 나. 도착하면 11시 30분쯤 되어 밥을 먹고 쇼핑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어떤 걸 먹어야 할지도 검색해 보고 아동복매장이 늘어선 길로 가는 방법을 다시 보고 있었다.


쭉쭉 스크롤바를 내리는데 큰 글씨로


휴일. 일요일.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일요일 전매장 휴무.


와~ 한 시간 넘게 가서 도착해서 알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다행히 차에 타고 10분 만에 발견. 잠시 고민하다 목적지를 김현아(김포현대아웃렛)로 변경했다.


생각 없이 도착한 곳이지만 벌써 연말 분위기가 나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툴툴거리던 아이도 예쁜 거리에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들어간 아동복 섹션. 여자아이들이 그냥 가지 않는 액세서리 가게. 아이가 거기서 고른 건 시나모롤 얼굴이 붙어있는 얇고 포근한 핑크색 목도리였다.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서 이번에만 한철 쓰고 말 것 같은데.. 그래도 오랜만에 그냥 기분내서 구매했다.


목도리를 하자마자 아이는 바로 시나모롤 목도리에 애착이 생겼다. 얇고 포근하게 목을 감싸주고 턱밑에 시나모롤이 깜찍하게 붙어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인형처럼 소중히 대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를 더 사고 다시 나온 거리. 의자에서도 사진 찍고 거대트리에서도 찍고 물 앞에서도 사진 찍고 신나게 놀며 사진을 찍었다. 날씨는 해가 뜨면 덥고, 구름으로 그늘이 생기면 추웠다. 그래서 아이는 목도리를 풀었다 했다 풀었다 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했을까.


실컷 놀고 집에 도착. 난 새로 산 물건들을 정리하고 아이 잠바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길래 그 안에 목도리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목도리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마지막 거대 트리에서 찍은 첫 번째 사진은 목도리를 하고 있었고 두 번째 사진에서 목도리가 없다.                                                                                          

목도리가 있고
목도리가 없다!!



아웃렛에 분실물 습득 관련 전화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진짜로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아이가 오열했다.


"흐엉~ 내 모롤이~ 모롤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 으앙~"


울음이 그치지 않아 쿠팡을 뒤져 같은 걸 찾아 주문을 해두었다. 다행. 그래도 아이는 아직까지도 슬퍼했다.


"엄마... 흐엉.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내가 반드시 시나모롤을 찾아낼 거야... 흑흑"


아이의 말이 참 예쁘게 들렸다.

시간을 돌려 시나모롤을 구하는 여정.

동화로 써도 참 좋을 것 같다.

이전 05화 무좀과의 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