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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10. 2023

11. 세뱃돈이 너무해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1년 중 가장 기다렸던 날을 꼽아보라면 어린이날과 새해 첫날이었다. 

그중 새해 첫날 세배를 드리는 순간의 긴장과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1년에 한 번 자신만의 돈을 가져보는 최고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니 그 흥분을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새해 첫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벌써부터 마음은 세뱃돈을 받아 어디에 쓸까 고민을 하며 머릿속에 수많은 행복회로를 돌렸던 것 같다.

사실 엄마, 아빠의 세뱃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매번 세배를 할 때 오늘 누가 가장 세뱃돈을 많이 주실 분이지 잘 확인해 본다.

장가간 삼촌, 취직한 이모, 서울에서 오신 작은할아버지, 이웃마을의 이름 모를 아재, 명절 때만 보는 숙모 등 누군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세배를 하고 나서 주시는 세뱃돈을 작은 손으로 꼬깃꼬깃 접어 넣었다.

누가 볼까 복주머니를 움켜잡고서도 혹시 누가 나보다 더 받았는지, 세배를 안 한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어른들은 모여서 술도 한잔 하시고 덕담을 주고받으시면서 거나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실 때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세뱃돈을 확인하고 어디로 가서 놀까, 뭘 살까 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먹으라고 차려 놓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나가서 놀 궁리만 했던 것 같다,

형이나 누나들은 벌써 시내에 나가 영화를 보고 쇼핑도 하겠다고 문을 나선다. 

우리 작은 아이들은 동네 문방구나 오락실 같은 곳으로 달려가 그동안 못 누려본 호사를 누려보기도 한다.      

명절 기간이 길면 여러 곳으로 인사드리러 가게 되는데 사실 귀찮기도 하지만 세뱃돈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실 내가 세뱃돈을 받는 만큼 부모님들이 그만큼의 세뱃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은 한참이 지나서이고 당시에는 그저 내 호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것에만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어느 때인가 철이 들 무렵에는 내가 받은 돈을 부모님께 맡겨 놓으려고 드리지만 사실은 그냥 드리는 게 맞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뱃돈을 받는 것의 행복했던 순간은 다 끝나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세뱃돈은 아직도 잊지 못할 최고의 행복한 기억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요로운 세대이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꿈도 못 꿀 큰 금액을 받고, 그걸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세뱃돈을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부모님도 아이들에게 마냥 맡겨두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낄지라도 자신만의 용돈이 있고, 자신이 받은 세뱃돈의 사용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 우리가 받았던 그 세뱃돈의 기쁨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절의 행복을 다시 한번 가져보고 싶다. 결코 돈으로 찾을 수 없는 추억과 행복을.




세뱃돈이 너무해        


       

작년에도 세배를 많이 했는데

할아버지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 모두 인사드리고

삼촌도 숙모도이모도 고모도

부지런히 꼬박꼬박 세배했는데 

         

없다 세뱃돈     


엄마가 맡아두고 나중에 준다더니

새빨간 거짓말     


산타도 엄마더라      

    

올해는 기필코

내 세뱃돈 내 주머니

꼬깃꼬깃 모아 두고

몰래몰래 숨겼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물어본다

사실대로 꺼내 주고 

눈물이 자꾸 난다      

    

엄마한테 갈 거면 나한테는 왜 온 거니?     






# 작품 소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모님에게 가장 화가 나는 순간 중 하나가 세뱃돈을 가져갈 때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명절 때 돈을 받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그 돈을 가지고 뭘 할까 행복한 꿈에 부풀어 있는데 엄마가 돈을 맡아두겠다고 했을 때 거절도 못 하고 빼앗기는 순간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네요. 

이 글의 주인공도 열심히 세배를 하고 받은 돈을 가지고 꿈에 부풀어 있는데 엄마가 나중에 준다고 가져가니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엄마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겠지요?

엄마 몰래 숨긴 돈까지 꺼내 주면서 눈물이 난다는 주인공을 보면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아이들의 돈을 부모님이 관리해 주시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통장에 입금시켜 주시고 본인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 창작 아이디어


아이들에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친구와의 다툼이나 이성 친구와의 연애, 학교에서의 실수, 자신의 재능이 빛났던 소중한 순간 등 많은 자신만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중한 기억들을 일기에 기록하도록 하고 그중에 재미있던 내용들은 동시로 표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학예회에서 춤을 추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 동시로 표현하거나, 여행에서 새롭게 보고 알게 된 사실들을 재미있는 동시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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