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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10. 2023

12. 할머니가 학교에 갈까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언제나의 아침 풍경은 소란의 연속이다. 

학교에 가야 할 시간에도 아이는 채 눈도 뜨지 못한 채 얼마간의 비몽사몽이 계속되고,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때에도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로 대답만 한다. 

겨우 구겨진 이불에서 몸만 빠져나와 엄마의 성화에 겨우 고양이 세수만 마친 채 옷을 입으면서도 졸고 있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왜 전날 가방이랑 준비물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한동안 우왕좌왕 책상을 뒤지더니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급한 마음에 차로 데려다줘야 하나 고민을 하지만 친구들이랑 간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나선다.      


부모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시절엔 왜 그리 잠이 쏟아지던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을 하면서 잠을 못 자던 시절도 아닌데, 그렇다고 요즘처럼 학원 숙제로 늦게 잠을 자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침마다 눈이 떠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부모의 부모들도 똑같았던 것 같다.

참으로 부지런하시던 우리의 부모들은 그 바쁜 아침에도 출근 준비를 다 하시고 아이들 도시락까지 다 챙겨 준비를 해 두셨다. 비록 넉넉하지 못하였지만 없는 살림에도 아이들 기죽지 말라고 준비물 하나 빠트리지 않으시고 학교를 보내주셨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면 가끔 그 시절에는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 다 챙기셨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궁금하다기보다 경외스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부모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을 책임지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자녀에게 교육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몫을 다하는 삶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꼬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 누리고 싶은 호사가 아닐까? 우리도 가끔은 누군가가 내 일을 대신하고, 한 번쯤은 무책임하게 살아가고, 게으른 일상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은 헛되고도 덧없는 희망사항인 것 같다. 






할머니가 학교에 갈까          



늦었다빨리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 되었는데

눈앞은 깜박깜박

꿀잠은 너무 달아        

  

어제도 일찍 일찍 자라고 했었는데

눈 감은 척 몰래몰래 침대에서 뒹굴뒹굴

못 들은 척 이불속에 숨 죽이고 숨었는데   

       

아빠는 벌써 출근 

누나도 학교 가고

엄마 목소리만 자꾸만 커지는데          


할머니가 대신 갈까?”

가방을 찾으시네 

진짜로 가시려나?

머릿속이 뱅글뱅글    

       

이러다간 할머니가 1학년이 되겠네

늦게 가면 할머니가 내 짝꿍이 되겠네          






# 작품 소개


아이 때에는 잠이 참 많습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라고 해도 ‘5분만 더’를 외치며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을 때마다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요. 일찍 자라고 해도 요런 저런 핑계를 대고 늦잠을 자더니 매일 아침 늦잠을 자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들도 참 힘이 듭니다. 이 동시의 주인공인 아이도 학교 가기 싫어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네요.

그러던 중 갑자기 할머니가 대신 가겠다고 가방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반전이 벌어집니다. 아이는 할머니가 자기 대신 학교에 가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잠이 확 깨는 할머니의 말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을 것을 상상해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아마도 아이의 다음 모습은 후다닥 일어나 할머니가 들고 있던 자기 가방을 받아 들고 학교로 뛰어가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할머니의 지혜로운 한 마디 말로 아이의 지각하는 습관이 없어질까요? 아마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 창작 아이디어


할머니의 지혜와 유머가 돋보이는 동시입니다. 할머니들이 하는 말속에는 늘 우리가 몰랐던 지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 함께 살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참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재미있는 시로 쓴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빠의 방귀 실수, 엄마의 요리가 다 타서 못 먹게 된 경우, 언니가 옷을 거꾸로 입고 나간 일,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일, 깜박 잊고 물건을 두고 온 경우 등 일상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활용하여 글을 쓴다면 재미있는 동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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