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즘 Oct 11. 2023

25. 할머니 손은 약손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다 보면 참 신기한 것들이 많다.

먹을 거도, 놀거리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놀아도 지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다.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과시하고. 기껏 구슬이나 딱지 하나를 가지고 싸우고 삐지고 화해를 하길 반복했고, 용감한 친구들은 메뚜기를 잡아먹기도 했고, 몰래 수박을 서리해 와서 먹기도 했다. 동네 누구 집에서 잔치라도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 먹을 것을 챙겼고, 마을 뒤 산과 들은 내 집 마당처럼 뛰어다니며 사시사철의 변화를 몸으로 겪었다. 아이들은 쉼 없이 자랐고 세상에는 두려울 것도 걱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은 병에 취약한 세월이었고. 별다른 병원이나 처방도 없이 그저 낫기만 바라고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조금 더 자란 시절에는 병원이 많아지고 나름대로 치료도 받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의료의 수준은 낮았고, 의료 혜택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아픈 아이들은 그저 집에서 쉬면서 차도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가벼운 병치레 정도는 무시하고 지냈지만 가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는 날은 가족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종교에 의지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약들에 의존해 보기도 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할머니는 말없이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것이 치료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그 시절 우리들은 대부분 할머니의 손에 의지하여 거뜬히 아픔을 잊고 쾌유했다. 돌이켜 보면 그 무엇도 아닌 할머니의 손에서 우리는 신을 보았고, 의사를 만났던 것이다.      


할머니들의 손뿐만이 아니다. 세월을 거슬러 내려오던 조상의 지혜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할머니들은 살아오면서 삶에서 배운 경험과 지혜를 우리들에게 전해주시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할머니의 행동과 말속에서 우리는 충분한 돌봄을 받았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이야기가 그립고, 몰래 숨겨 전해주시던 갖은 군것질거리의 맛이 아직 입에 남아 있다.      


미처 우리가 그 고마움을 깨닫기도 전에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이제야 그분들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것은 우리 부모 세대가 미처 아이들에게 전해 주지 못하는 삶의 지혜가 아쉽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약손   


            

모기 하나 윙윙 날다

아 따가워 

물렸다 에잇     


가려워 긁어 보니 

더 가렵고 자꾸 커져   

  

할머니가 침 발랐다

손가락에 침 묻혀

살살 바르는데     


맨날 할머니는 약손이란다

침 발라도 약이고

문지르면 다 낫고

믿을까 말까     


넘어져 다치면 된장 발라주시고

체했다고 손톱 끝을 바늘로 따주시고

배 아프다고 엄살 피면 살살 만져주시고   

  

근데 근데 병원 가면

주사 맞는데

무섭다고 할머니 무릎에서 잠들면 

    

할머니랑 있다 보면 그냥 다 낫는다

희한하다 그지          







# 작품 소개          


예전에는 대가족이 일반적이라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서적 유대를 하며 자랐습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부모님하고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부모님과의 대화가 충분하지 못해서 기족 간의 정서적 교감이나 세대 간 대화 부족으로 인한 언어 발달 측면에서도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조부모 세대와 함께 살게 되면 기성세대가 가진 지혜와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정서나 지능 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서적 유대를 통한 인격 형성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할머니가 주는 심리적 편안함과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들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성장의 동력이 됩니다. 배가 아프다고 어리광 피우거나 외로움을 타는 아이, 호기심이 많고 대화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사랑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창작 아이디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는 대화 속에는 지금 아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우리 조상들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언어들이 숨어 있습니다. 사투리 같은 재미있는 표현부터 속담이나 옛날이야기 같은 구전이 전해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은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록해 보고, 혹시 처음 듣거나 못 알아듣는 단어가 나오면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주 사용하시는 표현들을 잘 묶어서 한 편의 동시로 만든다면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는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이전 25화 24. 나 혼자선 심심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