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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11. 2023

22. 엄마가 무슨 죄냐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돌이켜 보면 엄마들은 어떻게 그 시절을 견디며 살았던 걸까요?     


시인의 삼 남매가 학교를 가던 시절에는 급식이 없었다. 대부분 야간 자율학습이란 명목으로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지금처럼 학교 주변에 편의점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당연히 모든 식사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아침에 최대 6개의 도시락을 쌌던 기억이 났다. 말이 쉽지 6개의 도시락을 매일 싼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대단한 일이었다.      


교복이 갑작스럽게 없어지면서 빨래는 또 그렇게 많았던 것 같다. 지금처럼 세탁기, 건조기가 변변히 집집마다 있지도 않았던 시절, 빨래는 어떻게 하더라도 급하게 빨래를 말려야 할 때면 밤새 드라이로 말려 주시던 기억도 난다.      


그나마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있는 집은 맏이들이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같이 했지만, 아이들이 많은 집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아이들 하나하나 돌보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수만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도 질서와 평화를 만들어 내시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지만 아이 하나를 세상이 돌보야 한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돌봄과 보육의 전문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육아의 부담을 덜고, 학교 급식이 생겨 식사를 해결하게 된 점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고, 학교라는 교육 공간과 사회적 복지의 확대가 가져온 자녀 양육의 혁명은 한 사회가 제공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20세기 여성을 위한 최고의 발명품을 조사한 결과에서 1위가 세탁기라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가사를 돕는 다양한 첨단제품들은 노동 해방의 상징처럼 우리를 비교적 자유롭게 한다. 특히나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거창한 IT 제품보다 과중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은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그럼에도 아내, 혹은 엄마들은 희생을 강요받는다.

노동의 강도가 줄었다고 삶의 여유가 커지지는 않는다. 변화하는 시대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고,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여성으로서의 책무를 소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족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완성될 수 없다.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되 서로의 역할에 힘을 보내야 한다. 

흔한 남녀평등 같은 논리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서 서로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가족을 완성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바로 지금 내가 가족의 일을 나누면 서로의 행복이 두 배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엄마가 무슨 죄냐     


     

내 동생 이 녀석아

이 방 저 방 여길 좀 봐

아침부터 저녁까지 

치우고 또 닦고

엄마 손에 지문 없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정말 웃겨 누나나 잘해

학교 갔다 지금까지 

손도 까닥 안 하면서 

이거 해 줘 저거 안 해

제발 누나답게 방이라도

정리 좀 해 쫌          


어휴 요 녀석들 엄마가 무슨 죄냐       

   

동생아 미안해 누나 우리 반성하자

아빠 들어오면 따져야겠다     


엄마 내가 아빠보고 좀 도우라고 말할게      

    

너희만 잘하면 돼알겠니내 아들딸아     





# 작품 소개       


여성들의 인권신장이 많이 이루어졌고, 가정 내에서도 부부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엄마들이 집안일을 도맡아 더 많이 합니다. 가족들도 돕는다고는 하지만 엄마들의 잔소리를 피하기는 어렵겠지요.

아빠는 아빠대로 바쁜 일상 속에서 엄마에게 의지하여 대부분의 집안일에 소홀하게 되고, 아이들은 당연한 듯 엄마에게 미루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동시에서도 누나와 동생이 서로 자신의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네요. 엄마의 입장에서는 정말 둘 다 혼내주고 싶은 심정일 것 같네요. 엄마의 잔소리에 반성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화살이 아빠에게 돌아가네요. 아빠를 혼내서 엄마를 도우라고 하겠다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아이들 스스로 자기 밀만 잘하라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짠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엄마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가족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창작 아이디어


엄마의 집안일을 살펴본 적이 있나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마들의 집안일은 끝이 없습니다. 늘 자기 것만 챙기다 보면 엄마가 평소에 해 주신 수많은 집안일 덕분에 우리들이 이렇게 편하게 지낸다는 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엄마들의 하루를 잘 지켜보고 엄마가 하는 집안일들을 꼼꼼히 기록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일들로 인해 놀라게 될 것입니다 

집안일을 도와드리면서 엄마의 수고를 직접 느껴보고 동시로 표현해 보세요.

예를 들어 엄마의 집안일을 금액으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설거지는 얼마일까? 빨래랑 옷개기는 따로 돈을 받아야 하나? 혹은 아빠가 책임져야 할 집안일은 어떻게 정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면 용돈은 얼마 달라고 할까? 등등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동시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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