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티븐 킹 Jan 17. 2021

경기도미술관과 화랑유원지


주 중보다 주말에 더 강도가 센 걷기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안산갈대습지공원을 알아보았다. 전화로 문의하니 조류독감으로 폐쇄라고 하여 화성에 있는 비봉습지공원을 알아보았다. 전화상 젊은 남자 말로는 건물에는 동파사고로 관람할 수 없지만 야외는 공원이라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 집에서 30분 이상 차로 달려 도착하니 화성비봉실내체육관 건물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옆으로 난 길을 걸어 물놀이장이 보여 남편더러 사진을 찍어줄 테니 타라고 하니까

"에이, 낼모레 환갑인 사람이 어찌?"

그렇다. 여름철이 아니라 물은 없지만 다 큰 어른이 탄다는 것은 무리라며 웃었다. 습지 들어가는 철문이 굳게 닫혀있어 다시 전화를 하니 반석산에코스쿨에 오는지 알고 그리 대답을 했다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 사람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를 한다. 우리는 반석산의 반도 꺼낸 적 없는데. 옆에 있었다면 혼내줬을 텐데. 전화 끊기 버튼을 조용히 눌으며 어리바리한 그 사람을 막 욕해줬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근처 해망산에 갔다.


산에 오르는 길에 우물이 있어 덮개를 열어보니 물이 얼지 않았다. 두레박 대신 줄이 달린 고무 통을 넣어 물을 떠 보았다. 옛날 고향 마을에는 공동 우물이 있었는데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와 진정한 우물은 그런 것이라고 남편에게 알려줬다.


어떤 짐승이 들락날락했는지 흔적이 있어 보이는 굴속을 잠시 멈춰 관찰하기도 했다. 초록의 이끼가 잘 자라는 그루터기에도 시선을 돌려주었다. 해망산은 해발 150M라는데 걷기에 아주 좋다. 누군가 솔잎을 깔아 놓은 것처럼 폭신폭신하다. 어쩌다 마주치는 화성 주민은 먼저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인사성도 밝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에 뒤에서 누군가 또 인사를 하여 뒤를 돌아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이 스쳐 지나는 바람에.


하산하여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암벽등반장이 우리를 반긴다. 나도 암벽등반을 하고 싶어 가까이 갔지만 장비도 없고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쓰여있어 옆쪽으로 난 길을 걸어 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아직 영하의 날씨가 우리의 산책을 방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꽁꽁 언 호수에서 얼음지치기라도 하면 춥지 않고 더 즐거울 것 같은데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다. 질서를 잘 지키는 안산 시민의 눈초리에 얼음 위로 걸어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내 앞에서 오리인지 흰기러기인지 한 마리가 한 발로 서 있다. 누군가 갖다 준 채소 조각이 주위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배가 고파 무리와 떨어져 나온 듯이 보였다. 호수 중간 부분에는 얼음이 녹아있는지 점점이 철새가 헤엄을 치고 노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 녀석이 한 발이라서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없어 왕따를 당했을 수도 있다고 여겨 안쓰러운 마음으로 관찰을 하는데 하마터면 녀석에게 속을 뻔했다. 털 속에 한 다리를 감춰두고 있다 쏙 내미는 게 아닌가.


저 편에서는 저어새인지 몇 마리가 털 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들도 배가 고플 것이다. 우리 인간만 이 추위에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의 동물도 힘겹게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도미술관이 보여 조심스레 문을 밀어보았다. 코로나로 폐쇄를 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열려있어 놀랐다.


관람료는 무료다. 체온 측정을 한 후 2층으로 올라가니 강익중과 경기도미술관이 함께하는 <5만의 창, 미래의 벽> 프로젝트로 작은 조각 그림이 온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남편은 카드 키를 대는 곳에 입장권을 대열리라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전시실에서는 <흰 밤 검은 낮>으로 소설가 한강의 <흰 >에서 따왔다 한다. 과거 속으로 소환되는 과정을 완전한 빛도 완전한 어둠도 없는 하루로 은유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6.25 전생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한 작품이 주를 이루었는데 목이 뎅그러니 잘린 시신의 뜬 눈이 끔찍했고 한복 입은 여인의 시체를 개 두 마리가 파먹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끔찍해서.


언젠가 외국의 쓰나미 때도 동네의 개가 시신을 파먹었다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는데 전시실에서 그런 그림을 대하니 더 무서웠다. 우리 인간도 죽으면 한낱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갑자기 허무하다 생각했다.


그나마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전시하거나 가져갈  있어서 우리 부부도 사진을 찍고 무료로 인쇄 해 왔다. 경기도에는 이런 문화혜택이 많아 부러웠다. 우리 인천도 이런 곳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의문점은 습지공원의 조류독감은 경계해야 하고 화랑유원지 철새는 조류독감 안 걸린다는 것인가? 어차피는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우리 사람들로 조류독감이 번진다 해도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은근 화가 치민다. 꼭 코로나 대응하고 똑같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식당은 열어도 되고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는 학원 같은 곳은 닫아야 하고. 그렇게 따지면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이나 트, 버스, 지하철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도 코로나 걱정이 없다는 뜻인가? 환기 걱정이 없는 공원의 의자에 앉지 말라고 줄을 쳐 놓은 것을 보라. 탁상행정인 아닌 실생활을 잘 생각하여 정부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다.






이전 10화 분당 율동공원을 지나 영장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