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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30. 2021

분당 불곡산 갔다 오포 능평까지


지난주 멤버들과 오늘은 분당에 있는 불곡산에 가기로 했다. 셋이 각기 다른 지역에 살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적당한 장소가 분당이라고 생각하고 한 결정이다.

서현역에서 만나 불곡산 근처에 주차를 하고 산에 올랐다. 하늘이 잿빛이라 눈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아 나는 옷이 젖을 새라 장우산을 들고 출발을 했다. 결국 눈이 내리지 않아 지팡이로 사용했다. 이미 산에는 눈이 쌀가루처럼 쌓여있다. 아침을 안 먹고 왔다는 서울 친구가 어찌나 징징대던지 중간에 차라도 마시기로 했다.

수원 사는 친구는 바쁜 아침 시간에 우리를 위해 샌드위치를 손수 만들어 와서 감동을 선사했다. 간식만 가져와서 먹고 하산하여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참 예쁜 친구다. 고향 친구들은 이렇게 네 것, 내 것을 가리지 않아 좋다. 뭐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샌드위치가 보이도록 빵 뚜껑을 열어 사진을 찍으며 한바탕 웃었다. 커피를 안 마시는 수원 친구와 나와 남편은 따끈한 율무차를, 서울 친구는 커피를 마시며 샌드위치를 맛나게 먹었다.


오르다 보니 형제봉(해발 280M)이 나온다. 친구들과 내 블로그 글에 나온 전통 결혼식 이야기를 하며 걷는데 신부집에 초례청을 차리면 신랑 친척들은 그 먼 곳까지 어찌 갔느니, 신랑 집에서 초례청을 차렸을 것이라느니 서로 이런저런 말이 오갔다. 서울 친구 말이 자기 엄마에게 물어보겠다며 전화를 넣는다. 그런데 문자로 "회의 중"이라고 왔다 한다. 우리는

"하하~ 남들이 들으면 무슨 CEO인 줄 알겠다.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뭔 회의래?"

한참을 깔깔 웃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전화를 못 받을 상황이면 요양보호사가 '회의 중'이라고 누르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내 말처럼 신부집에서 초례청을 차린단다.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집에 가서 혼인하여 신부 집에서 첫날밤을 치르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시댁으로 간다고 한다.


걷다 보니 대지산 표지석이 나온다. 용인시와 경계인 곳이다.

아, 나무를 보니 겨울눈이 나왔다. 벌레집도 연두색으로 매달려 있다. 생각해 보니 2월이 코앞이다. 이제 정말 이 추위가 가고 나면 꽃샘추위가 몇 번 있겠지만 봄이 성큼 다가올 것 같다. 항상 2월 3,4일이면 입춘이지 않나? 올해는 3일이 입춘이다.

벌써 오후 들어 날씨가 풀리는 기색이다. 지나는 길에 철봉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매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거짓말하지 않고 1초도 못 매달렸다. 턱걸이를 10개 이상 하던 남편도 겨우 2개 하고 나가떨어졌다.

"아이고, 우리 어쩐다냐? 이렇게 늙어버린겨?"

친구 말에 씁쓸함을 안고 내려오면서 그나마 팔을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삐끗 잘못하다가는 고생문이 훤히 열리므로.


능평 초등학교를 짓는 공사장 쪽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딱히 길이 막혀있지 않아서 내려오다 보니 그리되었다. 공사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도 우리말을 들어주며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해 주었다. 그런데 공사 내역 등을 알려주는 안내판에 '광주광역시'라고 세 개나 쓰여있어 눈 밝은 수원 친구가 짚어주니 그 사람이 고마워했다. 내일 당장 고치겠다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녔어도 발견을 못했다 한다. 그곳은 전라도 광주가 아니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였기에.

걷다 보니 기와집이 멋지다. 찾아가 보니 "숭조돈종"이라고 표지석이 웅장하게 서있는데 우리 중 누구 하나 세 번째에 있는 글자를 읽지 못했다. 사실 국어나 한자에 자신 있어 한 나마저도 집에 와서 옥편과 인터넷으로 찾아 알게 되니 참 부끄럽다. 조상을 숭배하고 일가친척과는 우애 있게 잘 지낸다는 '도타울 돈'을 몰랐던 것이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능평 도서관에 가서 열 체크와 개인 정보를 알려주고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고 혈압도 재보고 왔다. 그런 공공시설이 있어서 우리 같은 나그네한테는 참새방앗간처럼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처음 주차했던 곳을 내비게이션으로 찾아 걷다 '명가김밥'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다행히 우리 외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점심 식사 때는 바빠서 떡볶이를 안 한다고 하던 주인은 우리를 위해 떡볶이 2인분과 라면, 김밥 4줄을 준비해 주셨다. 넷이서 맛있다며 '쩝쩝 후루룩' 먹고 원점으로 돌아오니 삼만 보다. 발가락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한 운동이라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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