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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20. 2021

제일 좋아하는 음식 만들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잡채다.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서는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는데 주로 결혼이나 제사에는 음식을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담아 날랐다. 그때는 부조를 유정란 10개를 짚으로 엮어 만든 달걀꾸러미나 생쌀을 바가지에 담아 보다. 그면 바가지에 음식을 넣어 답례로 보내왔다.

한 바가지에 이것저것 담겨 있는데 특히 잡채는 먹어도 먹어도 부족한 음식이었다. 형제들이 많아 내 입에 제대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고 참기름으로 발라져 미끈거리면서 고소했다. 씹히는 맛이 있는 시금치나 돼지고기가 들어있어 더 좋았는지 모른다. 다른 음식에 비해 색이 아름답다. 당근으로 주황색이 보이는가 하면 초록의 시금치가 있고 하얀색의 양파와 돼지고기가 색 대비를 하며 눈이 즐거운 음식이기도 하다. 제사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위의 언니 덕분에 조금 더 먹을 수 있어 나는 제사 음식 가져온 날이 그나마  나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가져온 잡채는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라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그 시절은 결혼을 예식장에서 하지 않고 신부집 마당에 초례청을 만들어했다. 신랑은 사모관대하고 신부는 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화려한 한복(녹의홍상-초록 저고리, 빨간 치마)을 입고 원삼, 족두리에 연지 곤지 찍고 말이다.

초례청(전통적으로 치르는 혼례식)에는 멍석(짚으로 새끼 날을 만들어 네모지게 결어 만든 큰 깔개)을 깔고 그 위에 식탁만 한 상을 어른 가슴 높이에 맞추고 예쁜 천으로 덮는다. 양쪽 꽃병에는 대나무 같은 것을 꽂아놓고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놓는다. 또 생닭의 다리를 새끼로 묶어 올려놓는다. 가끔 얌전히 앉아있던 닭이 회를 치면 결혼식이 중단될 때도 있다. 그럼 하객들은 깔깔 웃기도 한다. 음식은 주로 사과, 배, 밤이나 대추 등을 놓는데 밤이나 대추는 자손이 번창하라고 놓아 폐백 때 시어머니가 신부 치마와 원삼 자락에 던져 줄 때 사용한다. 합환주라고 하여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하고 신랑, 각시가 먹는 술이 담겨있고 잔 받침이 있는 술잔을 놓아둔다.


이렇게 결혼식이 끝나면 지금의 뒤풀이를 한다. 온 동네잔치다. 음식을 먹고 부조를 한 집에는 바가지에 담아 음식을 나른다. 잡채는 명절에도 먹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먹는 것이 최고다.

밤이 되면 신랑을 감나무에 묶고 다듬잇방망이로 발바닥을 두들겨 팬다. 아마 처갓집에 잘하거나 신부하고 사랑하며 잘 살라는 뜻일 거다. 그 시절에도 동네 사람들은 창호지 바른 문구멍으로 첫날밤을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사생활 침해로 고소감이지만.


그때 먹었던 잡채 맛을 살려 집에서 만들어보았다. 물론 재료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위주로 하였다.


오늘은 시금치가 아닌 적채를 넣어 만들어 보았다.

당근과 양파, 새송이버섯, 적채를 길쭉길쭉 썰어 놓고 돼지고기는 사 온 것 중에 반만 넣었다. 개인 생각이지만 잡채의 본 맛을 느끼려면 고기는 적게 넣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해서.

당면은 미리 삶아놓는다. 돼지고기에 후추를 뿌려 마늘 찧은 것과 볶는다. 다음으로 썰어놓은 채소를 넣고 더 익힌 후에 삶아 놓은 당면을 넣고 간장을 조금 넣어 볶는다. 파도 넣고 볶은 깨도 솔솔 뿌린 후에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투하하면 보랏빛 나는 잡채를 완성한다. 영양사가 아닌 관계로 음식의 궁합을 잘 모르지만 집에 있는 채소를 이용하여 만든 잡채다.


음~ 맛있는 잡채, 언제 먹어도 맛있는 잡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잡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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