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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 Jul 03. 2024

성심당 망고시루가 먹고 싶어서 쓰는 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음이 맞아서일까.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 내 친구 중 딱 한 명, 유일한 소식좌가 있다. 그 친구와 나는 늘 서로를 놀라게 한다. 예컨대, 소식좌 친구는 음식을 만들면서 냄새를 맡다보면 냄새 때문에 어느 정도 배가 불러진다는 말을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만들면서 계속 먹어서 배가 찬다는 말은 그래도 납득이 가지만 냄새가 어떻게 배가 찬다는거야. 오히려 음식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거 아닌가?


 그 친구와 함께 대전에 간 일이 있었다. 시작은 역시 나의 주도였다. 작년 1월 즈음인가 SNS에서 성심당의 신상품 딸기시루 2.3kg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맛은 대충 짐작은 갔지만 진정한 먹보란 내 입으로 맛보기 전까지는 만족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딸기가 들어간 각종 빵과 디저트를 기간 한정으로 판매한다는데 내 눈으로 보지 않고 지나칠 도리가 없다. 빠르게 대전행을 추진했다. 서울에서 함께 갈 파티원 2명을 모집해 4명이서 대전으로 떠났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성심당에는 각종 딸기 디저트와 빵을 판매하는 딸기축제와 발렌타인 데이까지 겹쳐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성심당을 몇 번 간 적은 있고 전부 다 주말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이었다. 인기 놀이기구 줄 마냥 끝을 모르고 길게 늘어선 줄에 할 말을 잃었다. 


 4명이 두명씩 나눠서 2명은 부띠크에, 2명은 빵집에 가기로 했다. 나는 딸기시루를 사기 위해 부띠크 줄에 합류했다. 줄 서기와 빵 사는 과정은 전쟁과 같았지만 진열된 디저트와 케이크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단 하나의 목표였던 2.3kg 딸기시루를 주문하고, 딸기 순수롤도 구입했다. 기쁨이 밀려온다.


 정신 없이 케이크를 구입해 나와 빵을 사러 갔던 친구들과 합류했다. 친구들도 양 손에 튀김소보로를 가득 들고 있었다. 그래도 내 케이크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한 손에는 케이크를, 한 손에는 튀김소보로를 들고, 1박 2일 짐가방까지 멘 데다가 당시 손을 꿰매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나를 보며 친구들이 서로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내 욕망의 무게야. 이거라도 들어서 칼로리를 소모해야 하지 않겠니” 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내 빵을 나눠 들고 기차 타기 전 마지막 코스인 중식집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8인용 테이블을 배정 받아 각자 자기 의자 옆에 양 손 무겁게 들고 온 빵을 올려둘 ‘빵자리’가 생겼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빵에 짓눌려 거의 빵을 던지다시피 하고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내 식탐의 무게가 이렇게 묵직하다. 성심당에서는 딸기시루의 열풍에 이어 망고시루를 출시했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고 힘듦은 잊혀지기 마련인데 딸기시루 2.3kg과 각종 빵들을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타고 온 게 어지간히 힘들긴 했나 보다. 그 날을 떠올리며 망고시루를 사러 대전에 가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집에 와서 잰 빵 무게는 4.7.키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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