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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 Nov 10. 2021

가을비

가을비  

학원을 다녀왔는데요


글쎄, 가랑잎 몇 장이

용케도 신발에 붙어 왔지 뭐예요?


-신발 젖지 않았니


엄마 걱정에

난 웃으며 대답했죠


-젖기는요?

보세요. 가랑잎 배를 타고 왔는걸요!


<강지인, 가랑잎 배를 타고>


 연일 가을비가 내린다. 단풍 구경을 좀 해볼까 했던 지난 주말에는 미세먼지가 심해 외출을 하지 않았고, 이번 주말에 창덕궁으로 막바지 단풍구경을 갈까 했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추운 날씨 때문에 그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전국 곳곳에서 첫눈이 관측되기도 했다는데 우리 회사 주차장에 있는 은행나무는 아직 초록색이다. 아직 노랗게 제 빛을 내보지도 못하고 비와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니 이상기온이 실감 난다. 한파였다가 따뜻했다가 비가 왔다가 올해 날씨는 유독 변덕스럽다.


 어제 점심시간에도 비가 내렸다. 점심을 먹고 들어와 우산을 털다가 사무실 복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은행잎이 눈에 띈다. 누군가의 발에 묻어 따라 들어왔다가 사무실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떨궈진 모양이다. 어쩐지 귀엽고 정겹다. 그 모습을 보자 하니 강지인 시인의 <가랑잎 배를 타고>가 생각났다. 가랑잎 배를 타고 온 직원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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