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무언가를 해야 하나?
아침 단상
눈앞에 있는 가족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창으로 비치는 햇살과 아침을 반기는 새소리에 눈을 뜨고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보다가 아이들과 아내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지금까지 내가 고민하고 방황하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내가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이 죄가 되진 않을까!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이곳 독일에서도 허우적거리는 나의 모습.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그들의 웃음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내 자신을 학대하는 삶은 그만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꿈이라는 것
하고 싶은 게 참으로 많았던 나.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사업가도 되고 싶고 코딩도 하고 싶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심지어 요즘에는 투자자가 되길 꿈꾸는 아주 꿈만 꾸고 사는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다. 하나의 길만 보고 걸어가는 것도 힘이 들 텐데 나에겐 왜 이렇게도 많은 갈래의 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건지… 독일에 와서도 나의 그런 방황은 끝이 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혀댄다. 꿈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나는 도대체 그 여정의 어디에 있나? 인생의 절반을 가까이 살고서도 그 해답을 찾기는커녕 답의 근처에도 가 보질 못한 나는 오늘도 이렇게 방황을 하다가 문득 가족들의 표정에 놀란다.
나의 거울
가족들은 나의 거울이다. 내가 힘들면 그들도 힘들 것이고 내가 행복하면 나의 가족들도 그 행복 안에서 자유함을 느낄 것이다. 나는 부유를 지닌 것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도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삶도 아니건만 지금 이 순간은 아침 햇살아래서 웃고 떠드는 가족들로 인해 내 맘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나의 거울들이 나의 방황을 알고 나를 행복으로 가는 길로 끌어들이고 있다. 눈치도 못 차린 나는 결국 헛똑똑이가 되고 만다.
급하게 내린 기차와 남겨진 내 가방
토요일 근무를 마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한 지 2주가 흘렀고 그날도 큰 문제없이 자전거 칸에 탑승한 나는 자전거를 내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낮에 먹은 남은 음식이 가방에 들어있던 탓에 어깨가 무거워진 나는 가방을 내가 앉은자리 옆에 두고 음악을 들었다. ’설마 바보같이 가방을 두고 내리진 않겠지? 설마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나는 가방이 빈 어깨와 75유로를 주고 산 중고 자전거에 몸을 실은 채 두둠칫 흥얼거리며 바람을 가르고 집으로 향했다. 나의 1000유로 상당의 가치를 가진 가방은 기차에 그대로 둔 채…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한 것들
가방 속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던 것들이 있다. 평소에는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난 그것들이 참으로 그립고 소중하다. 일 년 가까이 모인 나의 현금팁, 독일 공항을 향해 떠나던 날 과감히 지른 내 일생의 첫 오클리 선글라스, 소중한 분이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만년필, 한 달간의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서류뭉치, 나의 신분을 증명하는 여권. 나와 함께 비행기에 올라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던 나의 폰. 독일의 차가운 비를 막아주던 이단우산…. 자전거 통근을 위해 나는 그렇게도 많은 것들을 그 가방 안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워진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나의 소중함을 기도에 담아 진심으로 하늘에 보내면 주님은 나의 간구에 귀 기울이실까?
결국에 나의 가방은 나의 치열한 꿈에 대한 집착과 단순한 행복을 맞바꾸는 비용이 되어버릴까?
내 가방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 값어치의 깨달음과 그 깨달음의 유지를 위해서 남은 인생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나의 인생을 이젠 내가 정말로 사랑하고 아껴 마지않는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바라보고 사는 것에 집중을 해야지. 그들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인지 잃어버린 가방을 지불하고서야 깨닫게 되는 아침이다. 독일 생활 쉽지 않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