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구실 방문과 드디어 정해진 이사일자
2024.08.30.(금)
어제 그래도 자정 가까운 시간에 잠들었는데 오늘도 일찍 눈이 떠져서 몸을 뒤척거리다 출근 준비를 하고 여덟 시 반 즈음 사무실 로비에 도착했다. 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우연히 로비를 나서는 슈퍼바이저와 마주쳤다. 오늘은 온보딩 세션의 마지막 순서로 슈퍼바이저와 함께 연구소에 방문하는 날이다. 스케줄 표를 보고 9시에 출발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9시까지 연구소에 도착하는 거였나 보다. 그렇게 회사 앞에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어제에 이어 또 한 번 연구소로 향했다. 회사에서 준비해 준 기사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며 이번주 내내 하우스 인스펙션을 위해 연구소에 갈 때마다 대학 셔틀버스 한 번 타보겠다고 너무 고생했던 것이 떠올랐다.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이제는 나름 익숙한 캠퍼스가 눈에 들어왔다. 슈퍼바이저가 연구소를 잘 찾지 못해 이리저리 길을 물어보았는데 어제 와봤던 건물을 말씀드려야 하나 싶었지만 또 그쪽에서 보기로 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 가만히 따라다녔다. 결국 어제 그 건물에 도착하여 담당자와 인사를 하고 연구소를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작고 텅 비어있는 연구소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곳은 주로 수업이나 미팅을 위해 활용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행정학 건물로 돌아왔다. 대학 연구소 관계자 세 분까지 총 다섯 명이서 미팅을 진행하며 연구소에 대한 소개와 프로젝트 전반에 거친 예상 타임라인을 전달해 주었다.
어제 슈퍼바이저에게 미리 오늘 논의되었으면 하는 아젠다 리스트를 뽑아 전달해 두었는데 잘한 일 같으면서도 동시에 내가 스페인어를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도와주시는 건지 나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데 대신 질문들을 전달하며 주욱 진행해 주셔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질문 중 하나로 단순히 AI의 공공서비스 적용이라고 했을 때 공공 서비스의 범위가 궁금했는데 어떤 서비스에 대한 주제를 진행할 것인지 선정하는 것 자체가 타임라인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 그 이후에 이어지는 데이터 확보 여부 등의 질문을 던지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하여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도 있지만 꼭 지금 당장 어떤 특정 서비스에 대한 필요에 의해 진행하는 게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일주일에 두어 번 나와서 이야기하면 충분할 것 같다는 말에 한국이었으면 오 재택근무! 하고 좋아했겠지만 집까지 이 근처로 구해온 마당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코스타리카에 멋진 곳이 많다고 투어 스케줄을 짜주겠다던 담당자.. 와 플젝은 몰라도 스페인어는 똑바로 해야 끝낼 수 있다고 농담하던 슈퍼바이저.. 다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결과보다는 멋진 코스타리카를 즐기고 가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푸라.. 비다..
그 외에 가장 궁금했던 계약 시작 일자! 이 내용에 따라서 이사 시기도 결정해야 하고 주소가 정해지면 또 아직도 나오지 않은 계좌를 위해 은행 쪽에 전달해야 하고 또 그 계좌를 통해 relocation비를 받아서 보증금을 지불해야 하고 당장 생활비도 써야 하고 엮여 있는 게 많았다. 또 한 번 정확히 이야기해주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8월 16일 입사를 기준으로 한 달을 지금 지역의 오피스에서 보낸 뒤 9월 16일에 시작하기로 말을 나누었다. 여전히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계약 사인 등의 이슈들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우선 날짜를 받으니 그동안의 모호함이 여러모로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시 오피스로 복귀하여 점심으로 마지막 마파두부를 먹고 오후 온보딩 리뷰 세션을 마지막으로 2주간의 온보딩을 마쳤다. 그전에는 하루빨리 연구소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지금 있는 사무실 환경이 훨씬 좋아서 분명 이 온보딩 기간을 그리워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지난주 금요일에는 굳이 주말? 빨리 월요일이 와서 출근이나 하고 싶다! 의 느낌이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어느 정도 마음도 몸도 괜찮아진 기념으로(물론 아직 집도 계좌도 해결되지 못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비디오콜을 두 번이나 잡아둬서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또 감자칩을 사 오고 싶었는데 대신 식사대용으로도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을 사 왔다. 그리고 밀린 코스타리카 초기 글들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먹을게 없어서 시리얼 폭식을 하고 (이 정도 먹을 거였으면 감자칩이 나았을 것 같다) 이번주 메모어 회고 작성만 하고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