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로만 김치 부침개 만들기에 도전!
2024.09.21. (토)
왜 자꾸 새벽 일찍 깰까? 큰 창문(con 멋진 뷰!) + 도로 소음 vs 작은 창문 + 조용한 환경 중 전자를 택한 대가인가. 오늘은 옆 동네 공원에서 요가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비도 오고 태풍 소식도 있다길래 취소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어젯밤 은혜도 갚을 겸 동네 산책 때 친구가 가장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던 동네 카페에 함께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들어야 하는 온라인 강의가 있다고 해서 그 사이 김치부침개에 도전해 보았다.
찾아보니 부침가루든 튀김가루든 있어야 한다는데 이곳에는 밀가루 외에는 chorreadas를 위한 옥수수가루나 전분 밖에 없었다. 평소에 짠 게 싫어서 부침가루를 많이 넣지 않고 거의 밀가루로 부침개를 만들어준 거였다는 엄마 말을 듣고 마트에 가서 양파 하나와 밀가루 하나를 사 와서 밀가루 김치전에 도전해 보았다. 이 건물은 가스를 쓰는 화구가 아니라 전기를 쓰는 하이라이트를 사용하는데 열이 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한 판을 만들어 내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양은 그럴싸했지만 이것이 한국 음식이다! 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한 입씩 먹여줄 맛은 아니었다. 엄마가 김치전을 부쳐주면 아빠랑 서로 가장자리 바삭한 부분을 먹으려고 전쟁을 하면서 엄마에게 동그라미 말고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서 바삭한 부분이 많아지게 만들어줘! 하던 나를 콩 쥐어박고 싶어졌다.
뭔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운 마음에 한 장 더 만들어보는 사이 집주인아저씨가 와서 우리 층 부엌이 완성되었으니 지문을 등록하자고 하셨다. 갑자기 이 부엌만 최첨단 지문 인식이요? 그리고 개미 소식을 듣고 방 테두리를 따라 스프레이를 쭉 뿌려주셨다. 어제 ㅂㅋ소동을 듣고는 어쩔 수 없기도 해. 이곳은 코스타리카인걸.. 하셨지만 정작 본인도 ㅂㅋ나오면 누나 여동생 찾는다고 하심. 내가 테이프로 돌돌 막아놓은 갭을 보고 월요일에 돌아와서 실리콘으로 구멍 막아주시기로 했다. 그 사이 친구 수업도 끝나고 방에 스프레이 향 때문이라도 외출해야 할 것 같아 같이 카페로 향했다.
러시아 디저트 카페였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메뉴에 없었다. 왜요! 같이 간 친구 덕분에 하나 만들어주세요~하고 나는 이전에 이탈리아 디저트 카페에서 맛있게 먹었던 카놀리랑 비슷하게 생긴 디저트 하나를, 친구는 크레페 하나를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알고 보니 Cachitos De Nuez라는 것이었는데 비주얼과 달리 맛은 별로 없었다. 모두의 테이블에 색연필이 놓여있고 테이블보에 색칠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 장 받아 열심히 색칠하면서 이 건물에 2년간 살았다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가십 이야기를 들었다. 내 방에 살고 있던 사람이 미국으로 급하게 떠나면서 방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가 그 미국인과 친구였다고 한다. 사람들끼리 딱히 교류가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알게 모르게 여러 일들이 있나 보다.
한창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다 밖을 보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갖고 오긴 했는데 돌아갈 길이 아득한 순간 친구의 남자친구가 픽업 와주어 같이 건물로 돌아왔다. 크게 한 것도 없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밥 해 먹고 나면 또 밥 할 때야! (그 정도는 아니다) 얼리지 못한 밥을 빨리 없애야 하기 때문에 김치 부침개에 이어 김치볶음밥을 했다. 한 번 해봤다고 지난번보다 조금 더 발전한 게 어이없었다. 계란프라이까지 올려 맛있게 먹고 오랜 시간 궁금해온 납작 복숭아까지 먹어보았다. 맛은 있지만 그저 복숭아였다.
저녁밥을 먹는데 뒤에서 아침부터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하루종일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던 퀴라소에서 온 친구들이 어느 순간 우노(이제보니 UNO가 아니라 CNUNO이다. 찾아보니 그냥 우노랑 다르다고는 하는데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를 하고 있었다. 사실 한국이었으면 그렇군 했겠지만 나도 껴줘.. 해서 마침 이번주에 배운 숫자와 색깔 단어들을 복습할 수 있었다. 한 명은 아는 얼굴이고 한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둘 다 의대 졸업 후 한 명은 최종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한 명은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나라에 와서 의사를 많이 본다. 둘 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커서 함께 공부하려고 코스타리카로 왔다고 했다.
몇 판째 돌리던 중 이 친구 앞 방에 사는 Belize에서 온 할머니가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물건이 많아 가방을 들고 나와줄 수 있을지 전화가 와서 셋이 함께 나왔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두운 밤거리에 걸어 다닌 건 처음이었다. 짐을 나눠 들고 뭔가 리프레쉬되어 돌아와 금요일 받아온 과제를 위해 친구 두 명을 인터뷰하다 할머니에게 다음주 토요일 건물 루프탑에서 열릴 손녀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았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와 차라리 그냥 잤으면 좋았을 텐데 바나나 크림 푸딩을 또 하나 먹어주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