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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Aug 29.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1)

탈피한 매미 유충 껍질을 보고

어제 날씨도 너무 좋고 인간 관계로 가슴 답답한 일도 있고 해서 혼자 무작정 집을 나섰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을만한 곳으로 가면 괜찮겠지 하고.


집을 나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책로에 접어들었는데 나무 둥치에 탈피가 끝난 매미 유충 껍질이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봤다. 대도심 한가운데 있는 작은 산책로, 거기서 두마리씩이나... 7년이라는 시간을 땅속에서 보내다 무사히 매미가 되어 날아갔다는 반증이리라. 대견하다 얘들아. (하지만 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고... 너무나 잘 보이는 곳이라 바로 새들의 먹이감이 됐... 을 리 없겠지. 믿는다. 얘들아.)


오래 전 차들이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서 배추흰나비가 나는 모습을 봤다. 나비는 내가 아는 것처럼 유유히 고고하게 팔랑거리지 않았다. 달리는 차들이 내뿜는 열기와 바람, 매연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침 출근 길에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꿀이 아닌 캔이나 컵에 남아있는 음료수들을 빨아 마시고 있었다.


동물들에 이어 곤충들도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는 듯해 씁쓸했다.


이 글을 쓰다가 예전에 나비에 관한 내용의 글을 어느 카페에 올렸던 것이 기억나 그 글을 보러 카페에 갔더니 카페가 없어졌다. 이런... 통번역 카페라 회원 수도 많고 큰 카페였는데 없어지다니. 거기 쓴 글들도 꽤 많은데... ㅠㅠ


이렇게 변화에 적응해 가는 것들, 적응하지 못하면 스러져가는 것들의 모습을 보니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쨌든 사람들이 별로 없을만한, 교통도 불편한 오지를 찾아가느라 갔는데 역시 나의 오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주차장마다 꽉 찬 차들, 사람들이 몰려 있는 식당과 카페...


혼자 바다를 보며 조용히 생각 좀 하면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만 잡아먹고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그 와중에 아직 걸음마도 하지 못해 보행기에 태워진 아기들이 마스크한 모습을 보고 얼마 전에 봤던 조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요즘은 유치원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 마스크를 벗으면 일단 입부터 가리고 숨을 참는 조카들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던 기억.


그렇게 지금까지의 세대와는 다른 생활 모습과 사고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겠구나 했던 기억.



변화하는 세상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여러가지로 시도해 보고 있지만 역시 근본적인 내 불안은 해소되지 못 하고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수 밖에. 다 잘 될 것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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