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부부는 날씨가 선선한 저녁이 되면 집 앞에 나가 함께 러닝을 한다.
평소에 헬스로 꾸준히 운동하고 있지만, 가끔은 밖에 나가서 뛰자는 아내의 말에 30분 정도 함께 뛰곤 한다.
군대 이후로는 잘 뛰지 않아 처음에는 숨차기도 했지만,
몇 번 뛰다 보니 그래도 금세 그 힘듬을 적응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뛸 때면, 나란히 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내에 뒤에서 뛰고는 한다.
그것은 아내의 속도에 맞추기 위함이다.
내가 앞에서 달릴 때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더 내기도 하고, 나의 속도에 맞추다 보면
우리가 목표했던 30분도 채 달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아내에 뒤를 따라간다.
내가 뒤에서 달린다고 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혼자 달렸을 때보다, 나와 함께 달렸을 때 오히려 더 빠른 속도를 뛰게 되었다는 것을
애플 워치 기록으로 확인했고,
혼자 달렸을 때나 같이 달렸을 때, 둘 다 아내가 속도 조절을 했음에도 함께 달렸을 때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아내는 그 이유를 나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혹시나 앞에서 천천히 뛰면 내가 너무 시시하게 느끼고 운동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까 봐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뛰는 게 적응되어서 더 잘 달려진다고 했다.
뒤에서 달리는 나도, 앞에서 달리는 아내도 서로를 배려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달리기 페이스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체력도 점점 늘어갔다.
달리기가 끝나고는 우리는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흘렸던 땀을 식히며 대화를 한다.
오늘도 운동을 함께 끝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간다.
결혼생활은 달리기와 같다.
나란히 같이 달릴 때도 있으며, 누군가 앞장서서 달릴 수 있다.
남편만이 이끄는 것이 아니고, 아내만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끌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함께 달리는 와중에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달리는 사람이 뒤에 사람의 체력을 생각하며 달리고 있는지,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앞에 사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지,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은 도착지에 도달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경제적인 문제로, 자기 계발, 성장에 대한 문제로
두 사람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문제점은 많고 혼자만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상대방을 위해 한 행동들이 더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위해 회사에 더 열심히 다녔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사실은 저만치 혼자 앞서 달리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의 남편을, 아내를 외롭게 혼자 뒤에서 따라 달리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결혼생활이던 달리기든 우리의 최종 도착지는 함께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지,
누구든 먼저 도착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달리는 게 힘들다고 해서, 서로를 잊지는 않아야 한다.
서로를 잊어, 혼자 달릴 것 같으면 차라리 멈추어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함께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