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직장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 공단에 위치한 컴퓨터용 SMPS를 제조하는 전자 부품 회사였다. 지금은 이름도 낯선 삼보컴퓨터의 협력사 중 하나였고, 내가 입사한 2000년 코스닥 주식 시장에 상장을 한 작은 중소 기업이었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품질보증팀의 사후 인증 담당, ERP Project 담당, 안산공장 전산 네트워크 설치 담당 등 대기업 에서와 같은 한가지 주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았고, 3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품질보증팀에서의 업무를 나누어 보면 QC(Quality Control)의 업무는 주로 부분품과 완제품의 검사를 통해 합격과 불합격을 판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QC(Quality Control)도 세부적으로 나누면 수입검사 부분과 출하검사부분으로 나누어 진다. 수입검사는 외부의 협력사로부터 제작된 부분품이 입고될 때 정해진 품질 검사 기준에 따라 검사 후 판정을 하는 것이다. 출하 검사는 당사에서 제작된 제품이 고객사로 가기 전 최종 제품의 합격과 불합격을 판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후 인증은 대부분 문서와 회사의 업무 규정 또는 Process에 관련한 것들로 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 UL, CE(UL, CE 인증을 받은 제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규정된 시험에 합격한 제품에 한해 UL, CE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미국 또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경우 반드시 필요한 인증이다.)등 하나의 회사가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정해진 국제 규격 또는 Process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업무로 이해할 수 있다.
안산공장의 전산 네트워크 설치 담당은 그럼 무엇일까? 품질보증팀 담당자가 왜? 전산팀 혹은 외부 전문가 들이 담당하는 일을 하게 되었을까? 2000년 당시에 작은 회사는 그런게 없다. 전산 담당자는 본사가 있는 구로에 있으니, 안산까지 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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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PS(Switched Mode Power Supply) 전원 공급 장치 1990년대에 들어서 경량, 소형화에 적합한 스위치 모드형이 개인용 컴퓨터(PC)와 가전 기기 전자 제품의 주력 전원 공급 장치로서 많이 사용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 삼보컴퓨터: 1980년 설립된 회사로,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SE-8001)를 출시하였고, 1982년 애플 2 호환 기종인 ‘트라이젬 20’, 그리고 1985년에는 국내 PC 제조사 최초 IBM PC AT 호환 기종 ‘트라이젬 286’을 출시했습니다. [나무위키]
그나마 대학원 시절 실험실에서 컴퓨터를 조립해서 쓰고 작은 실험실에 네트워크 공사를 해 보았다는 것이 나에게 안산 공장의 LAN공사 담당으로 일을 하게 된 주 이유였을 것이다.
지금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듣는다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마도 빠른 퇴사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그런 것처럼 당시의 대부분 작은 회사들은 한 사람이 한가지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고 간혹 Project성 업무에 투입되더라도, 자신의 본업은 하면서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이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시스템 구축 담당자라? 그것도 이제 회사에 입사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회사 업무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렇게 큰 업무를 주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회사에서는 ERP라는 것이 하나의 전산 시스템으로 이해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가끔 ERP관련 구인란을 보면 컨설턴트를 뽑거나, 기업에서는 전산팀 소속의 운영 엔지니어를 뽑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전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회사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2000년 처음으로 SMPS제조 회사의 ERP 구축 업무 담당자가 되었다. 그것도 입사한지 반년도 되지 않는 신입 사원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의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아마도 회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첫번째 프로젝트, 그리고 주 담당자(중간 결제라인 없이 담당임원에게 직접 보고) 라는 의미는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만나게 된 첫번째 프로젝트가 회사를 마치는 25년간 나에게 꼬리처럼 따라다니며 이직과 승진에 영향을 주게 될지 그 시점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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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기업의 사업 운용에 있어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 생산 관리, 재고 관리, 재무 회계 등 기업의 기간 업무부터 인사 관계까지 기업 활동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경영 자원의 활용을 최적화하는 계획 및 관리를 위한 경영 개념.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