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꼭 한번은 정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야기다. 물론 이 이야기를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너무나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사 생활을 25년간 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이기에 나의 역사이기도 하기에 업무 현장을 떠난 것이 얼마 안되어, 아직은 그 기억을 가지고 있을 때 이렇게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 가기로 한다.
1999년의 겨울은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취업 시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젊은 청년들이 취업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당시도 IMF이전의 취업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선배 세대에서도 취업이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하시겠지만, IMF이전만 해도 공과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여러 군데 추천서를 쓸 수 있었고, 지방 대학임에도 소위 말하는 대기업 취업도 가능했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IMF 이후의 취업 시장은 많이 변해 있었다. 기존에 직장인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한 시기이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
사실, 취업을 위한 나이에 있어서는 빠른 74이고, 동기들에 비해 군대도 독자 혜택을 받아, 짧은 군 생활을 한 덕에 대학원을 졸업했음에도 만 26세로 취업에 다소 유리한 위치였기에, 천천히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 말하면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장남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치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취업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방 보다는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부천은 인천과 서울의 중간으로 주변에 많은 공단 지역이 있어서 대기업만 고집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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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연생(생일) 띠: 빠른 생일(빠른 연생)은 2009년 이전, 만 6세 정상입학자 중 생일이 다음해 1, 2월생인 사람들을 뜻한다. 만 나이의 관점에서는 빠른 생일도 같은 만 6세 입학이지만, 연 나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점에서는 한 살 어린 나이로 입학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표현이다. [나무위키]
* 수저계급론: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
수저 등급에 따라 환경과 조건 나눈다. 흙수저 란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수저계급론]
물론 세대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처음 어떻게 시작하는 하는 것이, 한 사람의 커리어 관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느냐 하고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유명 대기업의 직원 채용 소식이 들려오면, 뽑았던 신입 사원 중 다수가 이직을 하는 것을 보면, 현재의 젊은 친구들의 생각도 1999년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물론 나도 그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와 직원 복지가 지금처럼 많이 차이가 난다면, 아마도 중소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당시는 지금 보다는 그런 차이도 다소 적었다는 생각이고,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은 좋았기에 그 당시 결정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