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퇴사 후 이직

첫번째 라는 것이 각자의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첫사랑이 영원히 잊지 못하는 가슴속에 남은 작은 상처 같은 것일까?

회사를 그만 두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에서도 가장 커다란 이유는 부천에서 안산까지 가는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가 가장 큰 원인 이였다. 얼마전 서해선이 개통되면서 부천에서 안산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2000년 당시에선 구로, 금정에서 전철을 갈아타는 것도 필요했고, 다시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버스를 이용해서 8시 ~ 8시 30분 출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다. 지금이야 주 40시간 근무가 많이 정착되어 퇴근 시간도 오후 17시 ~ 18시면 퇴근이 가능 하지만, 사실 2000년 당시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토요일까지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주 6일을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운이 좋아서 출퇴근 시간에 카풀(Car Pool)을 하게 되는 날이면, 인천의 부평 또는 구로까지, 조금은 편하게 올 수 있는 날이었다.

그렇게 1년 가까지 안산까지 출퇴근하며, 회사의 일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을 때, 인천의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천 남동 공단에 위치한 200명 규모의 반도체 장비 제조 회사였다.

기억을 더듬어 과거에 이력서를 보낸 기억이 있나 찾아보니, 학교를 졸업하던 무렵 이력서를 보낸 적이 있는 회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것도 1년이 넘게 시간이 지나서 말이다.

가볍게 면접을 보자고 해서 회사에는 연차를 내고 인천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가서 보니 안산의 회사보다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고 근무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안산의 회사는 전사부품 회사이고, 라인작업을 하는 회사이다 보니 여직원들도 많고, 인원이 5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였다. 그렇지만, 반도체 장비제조 회사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남자 직원들만 근무를 하고 있었고, 생산 현장도 가공을 하는 곳, 가공 부품을 조립하는 곳으로 나뉘어 있어 근무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면접을 보자고 나를 부르신 분은 생산관리팀 부서장님 이셨고, 생산관리팀은 다시 외주관리와 제조, 생산관리로 구분이 되어있었다. 면접을 보시며 이야기 해주시는 내용에 놀라기는 했다. 내가 보낸 1년전 이력서를 보시고 연락을 하셨다고 해서 말이다. 사실 1년 전 보낸 이력서를 나조차도 기억에서 잊고 지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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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풀 (Car Pool): 목적지가 동일하거나 같은 방향인 운전자들이 통행 비용의 절감을 위하여 한 대의 승용차에 동승하여 통행하는 일. [국어사전]

* 생산관리(Production Control): 기업에서 생산 활동을 능률화하고 생산력을 최고로 발휘하기 위하여 생산에 관하여 예측, 계획, 통제 따위를 하는 일. [국어사전]

그렇게 면접은 잘 진행이 되었다. 부서장님과 1대 1 면접이다 보니 편안하게 질문하는 내용에 답을 해가며, 보통 진행되는 30분 ~ 1시간 내외의 면접 보다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2000년 12월에 어느 날 안산에서 인천으로 첫번째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 때 퇴사 후 이직한 회사로의 첫 출근에 공백기간은 없었다. 금요일 퇴사, 주말 2일을 쉬고,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출근한 회사에서의 부서는 생산관리팀에 소속이 되었다. 글쎄 남들이 조금은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의 전공이 산업공학 (Industrial Engineering) 이였다 보니, 품질관리 또는 생산관리라는 업무 자체가 낯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전자부품 회사에서 기계, 가공, 조립회사 그리고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제조 운영이 다른 회사로의 이직 이였다 보니, 새로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도 했고, 기계 가공을 하는 회사의 특성상 가공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두들 알겠지만, 신입 사원이 회사에 입사를 하면 대부분은 기대치가 낮다. 무시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회사에서의 실무와는 차이가 있고, 이론을 잘 안다고 해도 막상 실무에 적용을 하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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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공학 (Industrial Engineering): 경영 기업의 경영 관리에 대하여 분석ㆍ실험ㆍ설계 따위의 공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 시스템의 하나로, 경영학의 한 분야이다. [표준 국어 대사전]

* 소품종 대량생산: 일정한 품목에 한정하여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생산비가 경제적 수준으로 줄어든다. [국어사전]

* 다품종 소량생산: 같은 생산 시설로 약간씩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을 조금씩 생산하는 방식. 주문 생산에 적합하나 작업의 체계화 및 통제가 어렵다.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