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니요. 정액이 아니라 점액이요. 점액. 오빠 거가 아니라 고객님 거요. 그리고 여성 성기 안에 있는 질이 아니라 품질 할 때 질이요. 고객님의 신체에서 분비되는 점액의 질이 건강하단 말씀이세요.”
와, 진짜 이 새끼가 열네 살짜리 여자애 데리고 무슨 얘기까지 하는 거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 정말이요?” 여자아이는 자신의 질이 최상의 상태라는 데 대한 안도감, 자부심, 그리고 최고조로 오른 불안감이 섞인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런 대화를 열네 살짜리 여자애랑 하는 것이 맞나 해서 죄책감을 느꼈다.
“정자는 5일 동안, 난자는 1일 동안 살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가능한 시기는 배란 전 5일부터 배란 후 1일까지입니다. 만약 생리주기가 정확하다면 배란일은 생리 예정일 14일 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웅...”
그 여자아이는 사장의 전문적인 계산법을 듣더니 작고 통통한 손가락을 꼽아 가며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장난이 심하나요?”
사장은 여자아이가 스스로 계산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 갔다. 이제 드디어 돈을 뜯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네. 진짜 엄청 문제아예요.”
“이런 말 하기는 조심스러운데 그런 성적인 짓도 많이 하고요?”
“네. 아휴. 오빠가 쓰레기니까 제가 이런 걱정하는 거 아니에요. 요즘 청소년들 진짜 문제라니까요. 컴퓨터에 이상한 동영상 쌓아 놓고 혼자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이상한 짓이나 하고. 욕조나 거실에서 이상한 짓 하다가 저한테 들킨 적도 얼마나 많은데요. 오빠가 욕조를 쓰고 나면 여기저기 끈적끈적한 게 묻어 있는데 진짜 역겨워요.”
“진짜 걱정이시겠네요.”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에요.”
이 말을 들은 사장의 눈이 빛났다. 저쪽 구석에서 커피잔에 스푼을 5분째 돌리고 있던 나에게까지 그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아주 잘 오셨습니다. 우리가 오빠의 나쁜 버릇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가족이니 따로 살 수도 없어요.”
“그게 진짜 문제예요. 오빠는 사과의 말 한마디도 안 해요.”
여자아이는 앞에 놓인 사과주스 병을 꽉 쥐었다.
“그래서 저희가 있는 겁니다. 이제부터 고객님은 아무 걱정 하실 필요가 없어요. 걱정은 저희가 합니다.”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열네 살짜리 여자아이 앞에 계약서를 꺼냈다. 여자아이는 종이에 빼곡히 쓰인 글자를 보면서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하하하 웃어 보였다.
“저희는 디지털 세대에게 이런 계약서를 일일이 잃어 보는 불편을 끼쳐드리지 않습니다. 핸드폰으로 다 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여자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이는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훌훌 스크롤을 내린 후 사장이 시키는 대로 1일 1만 원 자동이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