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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l 25. 2023

그대 지금 청춘인가?

안도 타다오- 청춘, 뮤지엄 산, 원주, 2023


원주시 뮤지엄산 SAN은 안도 타다오 '청춘'을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멀고 건축에 관한 전시라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으나 친구가 티켓을 받았다며 제안을 해와 강의 없는 날을 잡아 손꼽아 기다렸다. 주말에 많은 비가 내려 이미 시작된 장마에 오전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기대 없이 나선 길이었지만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맑고 환한 날씨가 기분을 들뜨게 했다.


안도 타다오는 제주의 본태 박물관과 유민 미술관 등 이미 국내에 9개나 되는 건축물을 지었다. 최근 개관한 LG아트센터도 오랜 기간 건축한 건물이다. 시원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형태로 여백에 바람을 넣어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그의 건축에 관한 기사와 안도 타다오에 관한 내용을 미리 읽어 건축에 문외한이어도 기대감을 자아냈다.


뮤지엄산은 산 중턱에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채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건물 내부는 무척 층고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개방감과 빛을 적절히 사용해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연출되어 동선이 길어도 지루함이 없었다. 어쩜 저런 건물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과 건축에 관한 전시를 통해 공간에 관한 새로운 생각도 가질 수 있었다.


건축물의 재료 그대로 질감을 표현한 노출 콘크리트에 햇빛과 물을 끌어들이고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설계부터 나무 종류와 배치까지 기획했다. 실제로 사진과 모형을 통해 어떻게 설계하고 진행했는지 알 수 있어서 관련 전공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나 보다. 설계한 건축물뿐만 아니라 선택되지 않은 작품과 제출안까지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비롯 해 오래된 유럽 건물을 역사와 현재의 공존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건물을 어떻게 설계하고 짓는지 생각에 따라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통창으로 느끼는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들었다. 한편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선 겨울이면 얼고 계절에 맞게 떨어진 나뭇잎과 꽃잎을 건져내며 쓸고 닦아 관리를 해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드는 공간이라 여겨졌다.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적다고 느꼈지만 공간마다 알맞은 기획이란 생각도 들었다.


공간이라는 것은 생각의 넓이를 가두는 곳이라 한다. 때로는 작은 천장과 낮은 층고로 인해 시각뿐 아니라 생각의 크기도 좌우된다고 하니 그의 건물은 동그랗거나 세모 모양에 평면적이지 않은 공간과 자연, 지역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 같다. 정규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독학으로 공부한 그는 아직도 건축을 공부 중이라 한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모티브로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청춘이라 했다. 두 번의 암 수술을 견디며 도전을 담은 푸른 사과 조형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 앞에 전시되어 있다.


풋사과 조형물을 만지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 많은 이가 사진을 찍고 쓰다듬었다. 산 뮤지엄은 이번 전시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평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찾고 주차장부터 전시장까지 가는 길조차 철저하게 계산되었다니 건축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다. 전시공간을 나오면서 청춘이라는 화두를 통해 강인한 의지, 열정, 모험심, 정신력이라는 시를 읊고 싶었나 보다. 도전의 연속이었을 그가 "지금 청춘인가"라며 던지는 질문에 답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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