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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글이 익어간다

발효는 자라고 익어가는 과정

by 최림


다문 다독 다상량 多聞 多讀 多商量


글을 쓰는 기본이다. 중국 구양수가 글을 잘 쓰는 비결로 든 것이다. 늘 많이 듣고 읽고 생각하는 것이 글의 기본이라 했다. 내 생각을 알고 남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게 글쓰기다. 지금 생각을 정리하고 남의 말을 들으며, 책을 읽고 생각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이런 과정이 나를 글로 인도한다. 나는 지금 작은 길을 걷고 있다. 내 생각의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바라보면서 얼마나 갈 수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와 향하는 길을 찾고 있다. 그래, 지금 그 길 위에 있는 것이다.



빵을 만드는 내 시간도 있다. 발효종을 만들고 먹이를 주며 자라도록 기다리는 시간. 온도를 조절하고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 잘 자라게 도와준다. 발효종 하나 만드는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다음 나머지 재료를 계량하고 넣어 믹싱 하는 과정을 거친 뒤 발효라는 기다림이 있다. 모양에 맞게 자르고 주물러서 매끈하게 만들어 놓는다. 잠시 쉴 시간을 주면서.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알맞은 때를 기다려주는 시간이다. 쉬면서 만들고, 휴식의 시간 후에야 모양이 갖추어지게 된다. 모양을 만드는 것은 부가적인 것이다. 빵은 결국 천천히 숨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시간과 익어가는 시절이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닌 발효되고 숙성되는 시간.



오늘도 나는 그런 인생의 시간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이 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비로소 완성이 되었다 여기지만 때로는 덜 숙성되고 자라지 않은 상태로 구우면 크기도 작고 상태도 부드럽지 못하다. 적당한 때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삶도 그렇지 아니한가. 알맞은 익어가는 때를 필요로 한다.



하나의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 참고 인내함을 필요로 한다. 오븐에 들어가기까지 여러 과정을 견뎌야 한다. 적당한 알맞은 시간이 될 때까지. 마지막 뜨거운 오븐의 열기를 온몸으로 버티면 색이 나고 익어가는 향을 내뿜는다. 비로소 반죽에서 빵으로 변화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참고 인내하는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나의 상품으로 되기 전까지 견뎌야 하는 과정,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행복의 시간은 오고 있다. 기다릴 수 있어야 하고, 내가 가질 수 있다 여기면 누리고 움켜쥘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시간이고 글이다. 남이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써 내려갈 수 없는 자신만의 글과 시간. 나만의 시간과 언어로 살아가는 기간이 필요하다. 발효되는 반죽의 시간처럼 나도 그렇게 자라나고 부풀려지고 있다. 결국엔 인고의 시간을 지나야 빵이 되고 마는 것. 그 시절을 지낼 수밖에 없다. 행복으로 달려가는 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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