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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빛을 닮은 샌드위치

알록달록한 마음과 세상

by 최림


볕 좋은 날 잘 키운 발효종을 들고서 수업을 간다. 온 천지가 살랑이는 바람에 꽃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밝은 기운이 가득하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를 만지는 손길들이 있다. 내 마음에 따라 좋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수업들. 빵이 예쁘고 모양이 균일하게 나올 때는 마음도 가볍다. 서로 비슷한 잘 빠진 몸매를 보는 기분은 마치 예쁜 원피스를 입고 나 좀 봐달라고 뽐내러 나온 것 같다고 할까. 발걸음도 가볍고 시원한, 부드러운 마음을 준다.



보라색이 독특한 적양배추를 채 썰고, 샛노란 저염 치즈에 양상추와 로메인 상추를 서로 감싸 안고 토마토, 할라피뇨, 구운 오리고기를 곁들여 만든 샌드위치. 색깔도 봄빛을 닮았다.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의 치아바타는 씨겨자와 마요네즈로 드레싱을 만들어 발라주고 예쁘게 포장하니 화려한 색감이 빛난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속이 보라, 노랑, 빨강, 초록 등으로 물들을 것 만 같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멀리 한강의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을 맞이한다. 벌써 시절은 이렇게 흘러서 계절이 가고 오고를 반복하는구나. 새삼 흘러가는 시간이 느껴진다. 옷섶을 여미면서 추위가 들어오지 못하게 꽉 막던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음이다. 마음은 계절에 따라 춤을 추고 움직이는가. 차가운 시간이 지나니 따뜻한 마음과 눈길이 자란다. 풀만 자라고 나무만 크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래, 늘 어떻게 춥기만 하고, 뜨겁기만 할까. 우리네 인생사 좋은 일도 있고 어렵고 힘든 일도 지나감이다.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때로는 살만한 것 아닐까.



매끈하게 잘 빠진 빵 한 조각에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돌아간다. 매일이 이렇게 가벼운 마음이면 좋겠다. 두꺼운 겉옷을 벗고서 부드러운 블라우스와 시폰의 질감처럼 날아갈 듯한 가벼움으로 맞이하고 싶어 진다. 이 계절 나는 한 뼘 더 자랄 것인가? 내 마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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