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오른다. 나의 주말은 늘 산과 같이 보내고 산을 오르내리는 시간이 있다. 지난봄 이후로 줄곧 이어온 내 습관이자 루틴이다. 힘들 때마다 산을 오르내렸다. 내 마음의 여기저기를 눌러서 내려놓으나, 온전히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봄부터 더운 여름을 지나 나뭇잎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가을, 겨울까지 시간을 함께 했다.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기도 하거니와 내 마음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런 자연을 보는 기쁨은 늘 마음을 설레고 즐겁게 풀어준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게 한다. 나는 산과 자연과 연애를 하고 있나 보다. 시절은 나를 들뜨게도, 설레는 마음도 가지게 한다. 때론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것들. 나는 이런 자연과 계절을 함께하며 내 발걸음마다 나를 기억하며 육체에 남기고 싶어 한다. 아마 나도 내 기억 저편에 내 세포 속 저 언저리를 돌면서 가졌던 내 일상을, 생각들을 불러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감정이 잦아들지 않을 때, 그리고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산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핸드폰에 내 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마음인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는지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고 적어 내려갔다.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늘 그렇지만 언제나 좋기만 할까? 힘든 일도 있고, 마음이 어지러운 때도 많다. 산은 그때마다 나를 맞이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준다. 아마 나를 기다려 주는 애인의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던 걸까. 나를 품어주고 안아주고 들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그런 공간. 지난 한 해 산은 나에게 있어서 그런 시간과 장소였다. 언제나 나를 이해하고 질투도 받아주고 짜증과 내 눈물까지 닦아주는 시간들. 나는 이런 시간을 남들이 오르내리는 공개된 장소와 시간 앞에 나만이 홀로 가지고 있다.
누구나 산을 찾는 마음은 같지 않을 터. 나도 처음엔 답답해서 찾았다. 그러다 자연을 보고, 걷는 재미로,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러 오곤 했다. 더구나 이제는 정기적으로 내 루틴처럼 정해서 일주에 2~3회씩 오르내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니 내 눈길이 닿는 길목마다, 나무 그루터기 사이사이에 내 마음도 따스한 눈길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의 시선에 따라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 그 시선이 따스한지, 소박한지, 그리고 아름다운지는 다른 문제다. 내 마음 상태에 따른 눈길이 다를 테니까. 어떤 마음인지 그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어찌 눈길이 금방 변하고 아름다움이 달라질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날마다 내 마음을 돌보고 치유하고 쓰다듬을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 것. 그게 자기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어지러운 마음과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니 내 마음이 말갛게 떠오른다. 마치 뽀득하게 세수하고 나서의 빛나는 피부를 보는 느낌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봉수대로 향한다. 정복하러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산꼭대기에 오르면 마음이 편하다. 높은 곳에서 보는 서울 하늘도 좋고 나름의 쾌감이 있다. 발밑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와 빌딩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나의 존재 여부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날씨에 따른 여러 뷰를 감상할 수도 있다. 오르내리는 사람의 표정과 말속에서 그들의 느낌을 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날마다 다른 하늘과 공기, 매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하늘 모습까지도 좋다. 이런 것들을 보려고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오르나 보다.
탁 트인 전경과 맑고 푸른 하늘, 멀리 보이는 남산과 롯데 타워 뷰와 멀리 보이는 한강까지도 눈에 넣고 있다. 한눈에 북한산까지 보인다. 이렇게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경의 장소가 많지 않다. 사방이 막힌 빌딩 숲 사이를 지나고 나면 숨이 막힌다. 가끔은 이런 풍광도 필요하고 막힘없는 시야도 필요하다.
오늘도 눈 한가득 담고 기쁨을 맛보며 내려온다. 비록 70~80여 분에 걸친 산행에 뷰를 보는 1~2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맘껏 누릴 수 있는 사치다. 혼자서 맘껏 서울을 품어보는 시간들. 일주일을 열심히 살 수 있게 하는 루틴이자 내 마음에 들일 수 있는 나의 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