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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공 Oct 11. 2021

사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만

에세이 속의 에세이, 첫 번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콩이라 하면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도심, 야경, 네온사인, 쇼핑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다. 홍콩은 자연 그 자체이다. 산지가 국토의 90퍼센트 이상으로, 우리나라보다 그 비율이 높다. 섬이 많으니 물론 바다도 많다. 1800년대에 중국이 영국에 홍콩 땅을 넘겼을 때 홍콩은 그저 돌산이 많은 섬에 불과했다. 영국의 지배를 받은 백여 년 동안 개발이 이루어지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가 홍콩을 생각하면 먼저 떠올리는, 건물이 빽빽한 동네들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그런 동네들은 사실 커다란 산맥들 사이에 좁게 비집고 들어가 있는 셈이다. 

   단순히 자연이 많다는 것보다 좋은 게, 자연으로 접근하기가 상당히 쉽다. 서울에서 여수에 가려면 기차로 네 시간은 걸리고, 교통비로 왕복 십여 만원은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홍콩의 도심에서 여수 같은 관광지를 가려면 아무리 먼 곳을 골라도 단돈 몇 천 원과 두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도심에서 페리를 타고 삼십 여 분만 가면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섬에 닿을 수 있다. 홍콩 홍보대사인 양 말을 하고 있나? 그렇지만 자랑을 딱 한 개만 더 해야겠다.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고를 필요가 없다. 산과 바다가 닿아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등산을 마친 후 땀에 절은 몸을 바로 바닷물에 담글 수 있다. 

   이런데도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홍콩 여행은 자신과 별로 안 맞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다. 어쩔 수 없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자연을 보러 가고 싶으면 적도에 더 가깝고 물가는 보다 저렴한 동남아시아를 택하는 편이 낫고, 홍콩 정부 입장에서도 공짜 등산보다는 수익이 짭짤한 명품 쇼핑으로 관광을 홍보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홍콩의 교통카드이자 현금카드인 옥토퍼스 카드의 디자인만 봐도 그런 측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옥토퍼스 카드. 다시 쓸 날이 오길


   여행자용 옥토퍼스 카드이다. 버스에 탈 때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먹을 때도 쓸 수 있다. 홍콩의 만능 카드로 통한다. 카드를 쓴 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홍콩 관광을 대표하는 요소들이 카드 디자인에 담겨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런데 반 이상은 쇼핑과 관련되어 있다. 홍콩 정부가 여행자들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기원하는 듯하다. 단지 등산을 하기 위해서 또는 해변을 보러 홍콩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래도 마음만은 홍콩 명예시민인 입장에서, 여행자용 옥토퍼스 카드에 빅토리아 피크를 제외하고는 홍콩의 자연 그림이 없는 게 조금 서운하다. 

   사람들이 홍콩의 자연을 몰라주어 섭섭하다고만 하면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그 자연을 즐긴 이야기와 증거인 사진을 앞으로 쓸 에세이에서 더 풀어놓으려고 한다. 이어지는 드래곤스 백 방문기 말고도 라마 섬, 란타우 섬, 사자산, 틴 수이 와이 방문기 등이 되겠다. 글 실력이 짧아서,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또는 애초에 글은 경험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어서 실제를 전부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 해보겠다. 

   국립공원에 더 많이 못 갔던 게 아쉽다. 나는 홍콩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등산을 경험했기 때문에, 등산 난도가 높은 곳들은 혼자 갈 정도의 실력이 못 되었다. 사이 쿵 국립공원은 홍콩 트래킹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플로버 코브 국립공원에는 산과 바다 사이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 기다란 다리를 따라 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언젠가는 내가 이곳들에 다녀온 후기를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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