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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Jun 17. 2024

나에게도 탄생비화가 있다.

강아지처럼 울었다.

나는 섣달 중순에 태어났다. 내 위로는 오빠, 언니가 있었다.

태어나기 며칠 전 아버지는 출타 중이셨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줄도 모르고 출타한 동네에서 갓난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중이셨다.

집으로 오시는 중에 나의 출생 소식을 듣게 되셨다.

아버지는 반사적으로 강아지를 밭에 내려놓았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다시 품에 안고 집으로 오셨다.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모두 짐작은 했다.

강아지를 내려놓은 이유는 예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집 밖의 물건을 함부로 들여놓지 않는 관습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순식간에 바뀌어 강아지를 다시 안고 오신 이유는 내가 아들이 아닌 두 번째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해 겨울은 유별나게 추웠다.

너무 추워서 밖을 나다니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데리고 온 새끼 강아지를 부엌 부뚜막에 두었다.

다음날 새벽에 강아지가 일어나 깽깽 거리며 짖었다.

그리고 막 태어난 아기도 같은 시간에 깨서 울었다. 

그런데 너무 놀랍게도 아기의 울음 끝부분이 강아지와 똑같았다.

하루이틀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와 엄마는 두분이서 눈을 마주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집에 데려오면 안 되는 강아지 때문에 아기가 부정 타서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면 어쩌나 하며 노심초사 걱정근심이 쌓여갔다. 


할머니와 엄마의 말 못 할 걱정의 근원은 동네에 한 청년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면 사람들에게 개 흉내를 내며 짖는 행동을 했단다. 동네의 놀림거리였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는 내가 그런 놀림거리 아이로 자라게 될까 봐 근심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여러 가지 비방책도 곁들여졌다.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나는 세이레(생후 21일)가 지나고 할머니의 비장의 의식이 끝나면서 강아지를 따라 하는 울음을 멈췄다. 

애간장을 녹이던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엄마와 할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생후 스무하루동안 강아지처럼 우는 아이였다.

하마터면 이 세상에 없거나, 자라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비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구순이 되어 딸들의 손발을 차지하고 있는 엄마가 나의 탄생이야기를 들려주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엄마는 내 이름을 가진 아이가 한동네에 세 명이 있는데 내가 가장 똑똑하고 잘 됐다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엄마의 추억을 하나씩 들어보며 화색 도는 날들을 보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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